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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호치키스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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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변에서 일회용 물품이나 작고 가벼운 제품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편리하게 쓰고 무심코 버리는 물건이지만 그들이 탄생하기까지는 숨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 중 간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호치키스도 개발하기까지는 10여년이 걸렸습니다.

플라스틱 호치키스를 생각해 낸 것은 일본 에트나라라는 종업원 35명의 작은 회사 사장 에비하라 였습니다. 그는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문구회사에 입사해 사장의 조카딸과 결혼을 합니다. 30대 초반 이례적으로 이사가 된 그는 곧바로 공장장이 되는 등 승승장구하나 사장이 갑자기 죽자 주변의 환경은 돌변합니다.
결국 다니던 회사를 나와 몇몇 직원들과 호치키스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하고 가까스로 첫 제품을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당시 일본의 호치키스 연 수요는 100만개 정도인데 그중 80%를 한 회사가 독점하고 있었고 나머지도 기존 회사의 제품을 이기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에비하라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 없이는 시장을 개척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전략을 고심합니다. 당시 250엔 하는 가정용 호치키스를 100엔대에 공급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금속을 쓰지 않고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호치키스를 구상합니다.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가능하다는 판단을 얻고 제작에 착수합니다.

시제품을 만들고 여러 실험을 실시한 결과 3만회를 사용해도 끄떡없는 제품을 얻을 수 있었고 제작단가는 금속제품의 3분의 1이면 가능했습니다. 획기적인 호치키스의 출현이었습니다. 플라스틱은 또 자유자재로 착색이 가능하고 가볍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싸서 이윤은 작았지만 제품 판매는 순조롭게 늘어났습니다.
‘100엔 호치키스’를 앞세워 시장을 석권하려는 젊은 사장은 종전에는 별도로 생산하던 호치키스 알을 본체와 함께 세트로 판매하는 전략을 세웠고 집이나 사무실에 두고만 쓰던 호치키스를 휴대하면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기존 시장의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게 했고 틈새시장을 스스로 만들어 공략하는 셈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냉장고의 소형화가 바로 그것 이었습니다. 냉장고 하면 가정에서 쓰는 대표적인 가전제품입니다. 그러나 보급이 늘어나면서 제품 판매는 한계에 이르고 판매신장률은 답보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가전업체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섰고 사무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냉장고를 생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릅니다. 소비자들의 생활과 행동을 분석한 결과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전엔 중요한 손님들과 점심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 일과였지만 조찬회도 일반화되고 경영인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사우나나 헬스클럽 등을 이용하고 식사는 집에서 준비한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냉장고는 너무 커 사무실에 두기는 불편하고 작은 냉장고의 필요성이 증대했습니다.

이에 산요는 40~50L 용량의 냉장고를 만들어 냅니다. 이는 가정용의 10% 정도 크기로 사무실의 한 모퉁이에 놓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소형 냉장고는 나오자마자 새로운 생활 형태와 잘 어울려 성공적으로 판매되었습니다. 또 사람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가져갈 수 있어 야영하는 사람들이나 이동주택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였습니다.

요즈음에는 하물며 화장품 냉장고 등 여러 형태의 냉장고를 찾아 볼 수 있지만 소형 냉장고가 처음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포화된 시장임에도 변화하는 생활 스타일을 잘 관찰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변 변화에 따른 획기적인 새로운 사고가 새 시장을 개척하고 성공한 전략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이 제품이 가진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성공한 제품을 또 찾아 볼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가 쓰는 치약은 흰색크림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레버사는 당시 사용한 적이 없는 규산 연마제를 개발하면서 처음으로 투명한 겔 타입의 치약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클로즈업 치약이 탄생했고 판매고 3위로 급속히 부상합니다.

이러한 겔 타입의 치약을 가능하게 만든 규산 연마제가 연구실에서 우연히 발견됐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잘못입니다. 치아를 희게 하고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 겔 타입의 클로즈업의 개발은 마케팅 전략의 결과입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견이었고 향후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품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소비자들 생활 변화에 대한 꾸준한 관찰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게 한 결과입니다. 우리들의 생활이 변하듯 사용하는 물품들도 진화합니다. 주변을 살피며 사고를 바꾼다면 새로운 시장이 보일 것입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우리 생활에서 가볍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개발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번 설 연휴 고향을 다녀오시면서 불편함은 없었습니까, 불편함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진화한 제품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모두 발상의 전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는 한 주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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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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