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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2018년, 성마오로의 꿈과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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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18년. 만인이 모두 평등해진다. 신이나 법 앞에서 모두가 같은 입장이 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평등을 누리게 된다.

더 똑똑한 사람도 없고, 뒤처지는 사람도 없어진다. 더 잘생기거나 못생긴 사람도 없어진다. 힘이 세거나 더 민첩하지도 않게 된다. 그러니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도 없어지는 세상이 된다. 이처럼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평등세상이 이루어진다.
미국은 이를 위해 헌법을 바꾼다. 수정 헌법 제 211조, 212조, 231조에 의해 모든 사람은 평등해질 권리를 갖게 된다. 이 원칙이 깨질까봐 미국은 평등유지 관리국을 만든다. 평등유지 관리국 요원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이 원칙이 잘 지켜지는지를 감시한다.>

정말 재미있는 가정입니다. 소설가의 상상력은 이렇게 끝이 없나봅니다. 커트 보네거트. 그는 1961년에 쓴 단편소설 ‘해리슨 버거론’에서 이런 식으로 모두가 평등한 사회의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조지와 헤이즐 부부의 아들 ‘해리슨 버거론’이 어린 나이에 미국 평등유지 관리국의 감시를 받고 사는 모습을 그린 것이죠.

이렇듯 이 소설은 정부의 요원들이 주도해 개인의 모든 예외적인 능력을 억압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해서는 안 된다.”

“누구도 다른 사람들보다 멋져 보여서도 안 된다. 힘이 세거나 민첩해서도 안 된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을 전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등한 외모를 위해 얼굴에 무엇인가를 덮어써야 합니다. 똑같은 지능을 갖도록 하기위해 제어장치를 부착하기도 합니다.

힘이 세거나 약하거나 하는 것을 방지하기위해서도 물론 제어장치를 달아야 합니다. 지능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머리에 자극을 줘서 지속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이 모든 것을 평등관리국이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커트 보네거트가 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되는 시기를 2018년으로 잡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는 1922년에 태어나 2007년까지 생존했습니다. 태어난 때를 기준으로 하면 2018년은 96세가 되는 해이고, 이 소설을 쓴 때(1961년)를 기준으로 하면 57년 후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부의 요원들이 주도해 개인의 모든 예외적인 능력을 억압하는 미래를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커트 보네거트가 소설 속에 그렸던 모습. 이런 세상이 과연 올 수 있을까요? 분명히 오지 않을 것입니다. 평등보다는 불평등, 치열한 경쟁속에서 개인의 경쟁력이 좌우되는 시대가 확산될 것입니다, 기업의 생존현장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갤럽에 몸을 담고 있는 로드 와그너와 제임스 하터는 ‘해리슨 버거론’같은 생각을 비판하고 있습니다.(위대한 경영의 요소-김광수 옮김) 개인의 능력이나 실적에 대한 관심과 보상을 자제하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지만 이런 기업들이 진화할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중요한 것은 다른 직원들이 느낄 상실감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차이 속에 더 많은 기회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말에 손에 쥐어진 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수도원 뜨락에서 자란 성마오로의 꿈과 소망’이었습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변변치 않았던 1960년대. 성마오로 기숙사(왜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5명의 소년들이 당시의 기억이 묻혀지기 전에 집필한 글들이었습니다.

소중한 글 모음 속에서 시선이 멈춘 대목이 있었습니다. KT에서 새로운 둥지를 튼 석호익 부회장의 고백이었습니다.

<나는 또래보다 키가 작은 편이었다. 그래도 건강하고 몸이 날래서 산과 들을 망아지처럼 뛰어다녔다. 장난이 심한 편이라 단추나 옷고름도 수시로 뜯어져 나가곤 했다. 고된 농사일에 허리 한 번 펼 시간 없는 나이 많은 부모님은 개구쟁이 막내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일일이 거두어줄 여력은 없었다. 마리아님은 그런 내게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고, 옷을 꿰매주기도 하셨다.

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을 기회가 없었다. 가난한 농촌집안 출신에 소위 말하는 백그라운드도 없었다. 시골 중, 고등학교에 지방대학졸업생이므로 흔히들 꼽는 학연, 지연, 혈연 등 어느 것 하나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심지어 체격조건조차 유리한 편은 아니다.

세상살이는 타고난 체격조건이나 이런 저런 인연들이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남들보다 더 노력했음에도 더 힘들고, 때로는 억울하다싶은 일도 겪어야 한다.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나 또한 숱한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지금 나는 정보통신회사에 승선해 새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그동안 내가 한 선택에 대해 어느 쪽이든 수월하거나 평탄한 길은 없었다. 길은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그것은 시련과 고난을 극복해가는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딛고 일어서지 못할 좌절은 없었다. 지나고 보면 그 담금질은 그만큼 나를 성숙하고 깊어지게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지혜란 성공보다 실패를 극복하면서 얻을 수 있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석호익 부회장이야말로 남과 차별화되는 열등DNA를 가진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불평등속에서 자신의 경쟁력DNA를 찾아냈습니다. 자신의 약한 DNA를 성공DNA로 바꿔 나갔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농촌출신, 그래서 엘리트코스를 밟을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의 그는 가능했습니다. 남들과 비교해 열세에 있는 자신을 극복함으로써 한국의 정보통신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된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특정한 사람에게 무한한 능력이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은 저마다 다른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 재능이 무엇이냐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바탕으로 어떻게 꿈을 실현해 나가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지게 돼 있습니다. 도전과 열정의 꼬리표를 스스로 붙여 성공DNA를 만들어나가는 한 주되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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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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