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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경청(傾聽)한 만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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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E. 딜(Diehl)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먼데이 커넥션’이라는 책을 쓰신 분이죠. 그가 이 책에 쓴 글 중 인상 깊은 표현이 있습니다. “세상은 훌륭한 경청자를 갈망한다”는 말입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한 가지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면 듣고 있는 말보다 마음이 앞서가기 쉽고, 이 때문에 상대의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 순간에 자신이 할 말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게 할 경우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고, 상대방의 마음도 얻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환자와 의사의 예에서 경청의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매일 신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는 환자들을 진찰하는 경우가 많은데, 따지고 보면 환자들은 다만 자신의 말에 귀를 열어줄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치료의 효과는 반감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얼마나 잘 들어주느냐에 따라 신뢰가 쌓이고, 지혜도 얻을 수 있습니다. 말을 배우는 데 2년, 침묵을 배우는 데 60년이 걸린다는 말도 그래서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격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면 마음을 얻을 수도,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말이 많으면 지식을 빼앗기고, 말을 많이 들으면 지혜를 쌓는다는 말과도 상통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선친께서 제가 부회장이 되자마자 직접 붓으로 쓰신 ‘경청’이라는 글귀를 선물로 주시더군요. 그래서 그 후엔 회의할 때나 현장에 갈 때 가능하면 한마디도 말을 안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건희는 말을 못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당시 제 짧은 생각에도 참으로 좋은 가르침인 것 같았어요. 그렇게 10년 가까이 지내는 동안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고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한 말입니다. 선친이 창업해 놓은 삼성을 세계 초일류의 자리에 올려놓은 비결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삼성그룹.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초일류로 인정받고 있는 기업입니다. 삼성이 그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경영학자들은 이건희 전 삼성회장에게서 그 이유를 찾습니다.

이렇듯 그의 경영스타일은 ‘경청(傾聽)입니다.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은 그에게 삼성경영의 대권을 물려주기로 결심한 직후 '傾聽'이란 휘호를 건넸다고 합니다. 그 이후 이건희 전 회장은 이를 벽에 걸어놓고, 주변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하면서 삼성을 이끌어온 것으로 돼 있습니다. 임직원들에게 귀를 열어 삼성이 초일류로 가는 지혜를 찾았고, 임직원들의 마음도 얻은 것입니다.


월요일입니다. 벌써 1월의 절반을 훌쩍 넘겼습니다. 2009년을 뒤로하면서 모두가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 ‘묵은 것은 털어버리자’ ‘새롭게 출발하자’ 경인년 새해를 맞으며 이런 결심을 했습니다. 화해와 용서, 포용을 내세웠습니다. 꿈, 희망, 도전도 얘기했습니다.

기업인들은 초일류를 향한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2009년 한 해 내내 싸움만 일삼던 정치판 역시 ‘국민의 행복’을 내세웠고, 국격(國格)을 논했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제자리에서 행복하게 살기위해 새로운 다짐으로 한해를 출발했습니다.

1년 내내 이런 초심이 지속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새해결심만 놓고 볼 때 선진국의 문턱은 결코 높지 않아 보였습니다. 행복해하는 국민들도 많아질 것 같았습니다.

갈등과 싸움, 편 가르기로 얼룩진 정치판의 나쁜 이미지도 탈색될 것 같았습니다. 국제사회에 비춰지는 한국, 한국인의 위상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다짐과 결심들이 왠지 불안해 보입니다. 세상이 다시 시끄러워졌습니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분열이 어디로 번질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이 되지 않습니다.

정치하는 분들의 마음은 이미 6월 지방선거에 가 있습니다. 33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로 일자리가 비상이지만 그것보다 급한 게 내편 챙기는 일이고, 정국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포용과 관용의 미덕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업인들은 정치판이 경제의 발목을 다시 잡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유는 한가지였습니다. 경청(傾聽)하는 것을 멀리하고 있었습니다. 경청하는 자세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경청하지 않으려는 속성, 경청하지 않은 탓에 무덤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경청(傾聽). 귀를 기울여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을 말합니다. 경청하는 최고경영자(CEO), 경청하는 임직원이 많으면 그 기업의 미래는 밝습니다. 경청할 줄 아는 여당, 경청할 아량이 있는 야당이 되면 국민들은 그들을 선택할 것입니다. 내편의 주장, 내편의 생각보다 네편의 주장, 네편의 생각을 들어주는 경청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하루 되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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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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