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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경색에 유럽 중소기업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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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유럽의 중소기업들이 유동성 공급 부족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고용을 포함한 실물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유럽의 경제회복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 유럽 중소기업 신용경색, 미국 못지않아 = 유럽중앙은행(ECB)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은행 대출을 신청했던 유럽의 중소기업들 가운데 43%가 대출이 더 힘들어졌다고 대답했고, 10%의 응답자만이 대출 여건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유럽 중소기업들이 겪는 유동성 공급의 어려움은 이웃 미국의 상황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에서는 중소기업들의 신용 경색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을 정도로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중소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유럽이 미국보다 크다. 임직원 250명 미만의 기업이 유럽연합(EU) 민간 부문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하는 데 반해 미국은 49%에 그친다. 또 중소기업들에게도 개방적인 미국 채권시장과 달리 유럽 채권시장은 대기업 위주로 편성돼 유럽 중소기업들은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물론 유럽 각 국가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독일의 경우 ‘미텔슈탄트’라 불리는 가족경영 체제의 중소기업들이 전체 민간 부문 인력의 70%를 차지하지만, 이들이 지고 있는 부채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이번 경제위기 때 받은 타격도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등 인접 국가들에 비해 덜했던 것으로 평가 받는다.
평균적으로 유럽의 신용경색은 심각한 상태로 이는 기업파산을 부추기고 고용시장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2010년 유럽의 경기전망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유럽 중소기업 위기..원인은? = 그렇다면 유럽 중소기업을 고사상태로 내몬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저가 중국산의 공세를 유럽 제조사들이 버텨내지 못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오랫동안 유럽 중소기업들은 섬유, 잡화, 식품 공업 등 경공업 분야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는데, 2000년대 이후 중국 등 값싼 이머징 국가 제품에 밀려 점점 경쟁력을 잃게 됐다는 분석이다.

또 1999년 단일 유로화의 탄생과 동시에 일부 유럽 국가들의 자국 환율 평가절하를 통한 제조업 지원이 불가능해졌다는 것도 중소기업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제조업에 추가로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 가족경영 위주의 유럽 중소기업들이 보수적인 기업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위기 대응력을 떨어뜨렸다. WSJ은 대부분의 유럽 기업들이 외부 전문 경영진을 초빙하고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개방하는 것을 꺼려한다며, 바로 이 점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유럽 제조업계에 통폐합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국영 신용보험업체 SACE의 라울 에스카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10년의 기업 디폴트 규모는 2009년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 유럽 각국 정부 대책은?= 유럽 각국 정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중소기업 살리기 전략을 공개했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정부와 은행권은 중소기업들의 모기지 및 일부 채권에 대해 1년의 채무지불유예를 선언했다. 총 5만여 개의 중소기업들이 이 제도 덕택에 한숨 돌릴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도 중소기업 투자 및 대출을 위해 20억 유로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스페인은 중소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80억 유로 규모의 공공 일자리 프로그램을 실시해 1만4000여개 중소기업에 일자리를 창출해 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사상최저 0.25%로 낮추고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돈줄이 막혀 중앙은행으로 되돌아오는 유동성 역류 현상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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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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