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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IT의 새로운 장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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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LG텔레콤 통합법인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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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불어닥쳤던 경제위기를 우리는 올해 슬기롭게 극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통과 손실이 수반돼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혹독한 경제위기 앞에서 모든 산업이 예외없이 힘든 한 해였지만, 통신업계 역시 어려운 한 해를 보냈고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의 바람을 탔다. 올해의 화두는 '융합'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회사 통합' 등으로 내용상의 변화보다는 외형상의 변화로 어수선한 한 해를 보내 아쉬움도 컸다.

지난 십년, 우리나라는 세계에 유례없는 IT발전을 일궈냈다. 그 사이 국내 휴대폰시장은 전 국민의 100%를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록 규모가 커졌고, 초고속인터넷은 세계 최고의 인프라와 함께 사용률에서도 부동의 세계 1위를 견지하고 있다. 숫자만으로 보면 우리가 이룩한 'IT 왕국'에 자못 감회가 깊다. 다만, 그같은 숫자의 팽창은 점차 시장의 포화로 이어졌고, 가입자 수와 매출액이 기업의 순위를 결정하면서 1등을 다투는 통신업체들은 이전투구식 제로섬게임의 함정에 빠져들고 말았다.
우리가 '숫자의 게임'에 몰두하고 있을 때,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시장에 전격 상륙했다. 애플 아이폰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동안 '숫자' 외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혹시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요즘들어 IT업계의 새로운 리더로 등장한 애플이나 구글은 그 매출액이 삼성전자의 1/4 수준이지만 시장에서의 가치는 오히려 삼성전자의 2배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의 월마트만 살펴봐도 매출은 애플의 열배가 넘지만 시장가치는 비슷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연 매출액이 그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진정한 척도가 될 수 있는지, 또한 그것이 기업이 추구해야 할 지상의 과제인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작은 것은 미래 발전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미 정점을 지나 하향곡선을 그리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탓이다. 한 예로 통신사업자들의 실제 매출 또한 줄어들고 있으며,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수 조원의 보조금을 쓰는 통에 그들의 기초체력도 서서히 말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 세계시장이 많이 남아있는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그런대로 버티고 있지만 작금의 아이폰 사태를 목도하면서 그 역시 오래 가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세계의 IT 강국'이 아니다. 우리는 왜 세계 최고의 IT강국이라는 평판을 소리 소문없이 구글이나 애플같은 업체에 넘겨주고 만 것일까. 왜 세계를 호령하던 우리 휴대폰업체들이 애플의 스마트폰 앞에서 주눅이 드는 걸까. 영국의 보다폰이 세계를 움직일 때 왜 한국의 해외통신사업들은 모두 맥없이 무너졌을까.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는 구글을 왜 인터넷왕국인 한국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일까. 옛날의 영광을 뒤로 하고 쓸쓸히 경쟁의 뒷전에 물러나 있어야 하는 것인가?.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다. IT업계에서 이제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내년 IT관련 산업 전반의 화두는 한마디로 '탈(脫)'이라는 말에 함축돼 있다. 통신업계가 살 길은 '통신을 넘어서'이며, 제조업계가 살 길은 바로 '하드웨어를 넘어서'이다. 통신은 기존의 '제 집 닭 잡아먹는 식'의 사고를 벗어나 개인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주는 블루오션으로 나아가고, 제조업 역시 '혼이 담긴' 하드웨어로 고객의 가치를 찾아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세계를 선도하는 업체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다. 지난 10년의 역사를 넘어 이제 한국의 IT는 새로운 역사의 도정위에 서 있다. IT가 여는 2010년 새해가 국가중흥의 새로운 시동을 거는 원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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