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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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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지난주 점심시간에 찾은 한 식당. 30~ 40대의 젊은 샐러리맨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불고기 백반을 시켰습니다. 반주로 막걸리가 나왔습니다. 그곳을 찾은 고객이면 누구에게나 한잔씩 주어지는 특별서비스였습니다.

고급 크리스털 와인글라스에 부은 막걸리였습니다. 젊은 여자 손님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한잔씩 들이켰습니다. 표정들이 매우 만족스러워 보였습니다.
막걸리를 즐기지 않는 저 역시 한잔 들이켜 봤습니다. 고급와인에 못지않은 정취와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잔을 마시고 난 후에야 그 식당이 줄을 설 정도로 붐비는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막걸리를 즐겼습니다. 막걸리 만의 미덕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막걸리는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해결해 줬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배고픔과 목마름을 해결해 줬고 거나하게 취할 때면 모든 시름과 걱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다 까다로운 안주거리가 필요 없었습니다. 김치면 김치, 두부, 고기 등 한국음식 어느 것과 마셔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니 영양도 풍부하고 변비해결에 좋은 유산균까지 있었으니 조상들의 지혜를 알만하지요.

이 때문에 요즘 막걸리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일본산 정종과 맥주를 즐겨마시던 골퍼들도 골프장 그늘 집에서 캔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쌀 막걸리 활성화를 주문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막걸리에 대한 사랑을 과시할 정도입니다. 얼마 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있었던 주한 외교사절 초청다과회에서 막걸리 칵테일이 공식 건배주로 사용되기도 했지요.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한·중·일 정상회의를 비롯한 국제 행사의 공식 건배주로 막걸리를 사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렇듯 이젠 막걸리가 국민주(國民酒)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의 인기가 확산되고 있는 속도를 보면 명주(名酒)로서의 국제적인 위상을 굳힐 날도 머지 않아 보입니다.

막걸리하면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배상면 국순당 회장이죠. 그는 전통술을 세계의 술로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분입니다. 그래서 ‘술의 장인’이 됐습니다. 백세주로 전통주, 대중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 술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한 것은 1991년. 그는 대중주 시장에 전통주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냈습니다. 맥주와 소주로 대변되던 대중주의 카테고리를 깬 것입니다. 그는 이제 ‘누룩장이’ ‘누룩박사’ ‘누룩의 대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세계적인 기업을 일으킨 일본의 마쓰시다 고노쓰케가 ‘경영의 신’으로 불리고 있듯이 ‘술 경영의 세계에서 신’이라는 말을 듣기에 손색이 없게 됐습니다.


그의 인생은 시련과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1924년 대구에서 태어났습니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 소유의 양조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 인연을 살려내 배회장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실험과 도전을 통한 역경의 과정이 없을 수가 없었겠지요.

그는 어릴 적부터 매우 허약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결핵성 늑막염으로 목표로 했던 고등학교 시험 한번 제대로 쳐보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절에 그런 역경의 과정이 있었으니 그가 했던 고민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1952년 직접 양조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실패와 좌절을 여러번 겪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계시장에 내놓을 자랑스러운 전통주 개발 노력만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경영철학을 들여다보면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다음 블로그(대한민국 CEO인맥모임)에서 그의 경영철학의 단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소. 무엇이든 대강하면 안 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월급은 빤히 정해져 있는데 남보다 더 열심히, 부여받은 업무 외의 일까지 찾아서 한다는 것이 어리석고 손해 보는 일처럼 생각되기 쉽지요.

하지만 그 보답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이치를 절실히 깨닫게 될 거요. 그래서 무슨 일이든 넘쳐흐르는 열정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서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것을 필생의 좌우명으로 생각하고 또 실천하게 된 것이오.

길이 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길이 생깁니다. 무엇이든지 목적을 위해서는 끝끝내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중도에 포기하면 절대로 안 되지요. 누구든지 평생을 한 분야에 몰두한다면 성공하지 못 할 바가 없소.“

막걸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소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막걸리를 새로운 차원에서 상품화한 국순당의 기업가치는 높아지기 마련이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생막걸리 비중이 종전 1%에서 10%로 높아졌으니 주가역시 뛸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최근 자신이 보유하던 국순당 주식 전량을 매각했습니다. 양조전문학교를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후진양성을 통해 전통주에 대한 오랜 꿈을 이뤄보자는 그의 뜻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절대로 지나간 일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습니다. 바뀔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불평불만하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렇습니다. 부정적으로 보고 불평하면 자신만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현재를 낭비하면 결국은 손해는 자신이 보게 돼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소중한 재능을 실천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입니다.

11월의 첫 비즈니스 데이이자 한 주를 시작하는 첫날입니다. 막걸리 한잔 들이키며 풀리지 않는 매듭을 풀어가는 에너지를 충전해 보면 어떨까요?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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