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가장 관심을 끈 이야기는 일본 경제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사업하는 친구가 있다 보니 자연히 이야기는 일본의 경제와 산업 특히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품소재산업으로 흘러갔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돌아온 친구는 일본은 1990년대 경제버블 붕괴 이후 사실상 성장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엔화와 물가 등에 의한 일종의 착시현상이며 일본의 이 같은 현상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제법 전문가다운 시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일본과 우리나라간 무역역조현상이 개선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행한 ‘SERI 경제포커스’는 일본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부품소재산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일본 경제가 그나마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수출에 기인한 것이며 그 중에서도 동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부품소재의 수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일본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완성품에서는 낮지만 부품소재의 점유율은 갈수록 늘어 IT관련 산업의 경우 최종제품에서는 일본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25% 수준이지만 소재의 점유율은 66%, 제조 장치는 49%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액정과 반도체용 재료에서는 일본기업이 세계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으며 항공기 제조업의 경우도 미쓰비시중공업이 소형기를 생산하는 정도이지만 항공기 기체의 약 35%는 일본 업체가 담당하고 경량화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탄소섬유 관련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답니다.
더 우려스러운 일은 일본 부품업체들의 전문화가 급진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일본의 부품업체들이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에서 대량화를 꾀하고 경쟁력이 없는 분야는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있습니다. 값싸고 성능이 좋으면 다른 업체의 제품도 과감히 사용하며 자국 기업 간의 경쟁을 자제하고 기업별로 독과점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약한다면 일본 기업이 부품이나 소재의 공급을 중단할 경우 상상도 할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주요 부품 국제경쟁력 비교’ 보고서에서도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 등의 핵심부품 기술경쟁력 비교에서 우리나라 제품이 선진국 기업에 비해 70~8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의 역사도 50여년의 격차가 있으며 매출액과 종업원수, 연구개발(R&D) 투자에서도 현저한 격차가 있었습니다. 가격경쟁력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음에도 종합경쟁력은 뒤떨어졌습니다. 전경련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핵심 원천기술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임진왜란을 빗대어 한국경제를 진단한 ‘율곡 한국경제를 꾸짖다’에서도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은 기술력의 부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제규모에 비해 기술력이 부족하다 보니 부품소재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핵심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껍데기는 국산이지만 실제 내용은 외국산인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올 3·4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들은 세계적 경제침체에도 예상 밖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부실한 면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보다 기술개발에 진력해 알짜 수익을 올리는 기반을 넓혀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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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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