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총포는 내 인생” 무기수집에 빠진 소년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실크로드박물관 신영수 관장

실크로드박물관 신영수관장

실크로드박물관 신영수관장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신문 양낙규 기자] 마을 언덕에 노을이 가득한 저녁시간에도 동네를 돌아다니며 고물을 줍던 소년. 배고픔도 모른채 그 소년은 항상 집에 돌아 올때면 두 손에 뭔가 들고 들어왔다.

40년이란 세월이 흘러 그 소년은 박물관 관장으로 전국 각지에서 “유물을 보여달라”는 초청장이 쇄도한다. 그 소년을 찾아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언덕에 자리잡은 실크로드박물관을 찾았다. 주인공은 실크로드박물관 신영수 관장.
“중국에서 돌아온지 이틀밖에 안돼 피곤하다”고 말하는 그는 박물관 확장공사로 정신없었다. 실크로드박물관 1층에는 총포전시관 2·3층에는 실크로드 유물들이 전시돼있다. 총포전시관 유물은 활·화살을 비롯한 대포, 화약통, 총포 등 600여점에 이른다. 국립박물관, 육군사관학교 등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양이다.

총포유물을 모으기 위해 그는 중국만 150여 차례, 네팔·태국·인도·일본 등을 30여 차례이상 드나들었다. 또 이를 사들이기 위해 집을 저당 잡히기도 여러 번이다.
그가 처음부터 총포에 관심을 뒀던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때는 불교나 무속에 관련된 자료를 헐값에 사들여 모은 것이 계기가 됐고 이를 바탕으로 1985년 박물관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하지만 신관장은 제주도 진성기 민속박물관과 온양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성이 안차 1992년도 중국개방이후 동아시아 유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중국에서 사용된 총

중국에서 사용된 총

원본보기 아이콘
현재 보유중인 총포중 대표적인 것이 불랑기포와 도기포탄. 불랑기포는 중국에서 무기 기술을 전수받은 서양이 명나라때 중국으로 역수출한 총으로 포르투칼에 유래됐다. 당시 중국을 비롯한 조선과 일본 등 주변국에서도 널리 사용됐다. 이 총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보물급 유품이다.

그가 모아온 유품은 실크로드박물관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박물관을 운영할 정도로 양과 종류가 방대하다. 실크로드박물관에서 500m떨어진 곳에는 티베르박물관도 운영중이다. 티베르 박물관에는 장례풍습을 담은 ‘천장상’, 16살 남녀 두개골을 머리가죽으로 연결해 만든 북, 허벅지 뼈로 만든 피리 등 500여점이 전시돼있다.
두개골로 만든 북은 하늘까지 전달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몽골에서 사용됐다는 화살

몽골에서 사용됐다는 화살

원본보기 아이콘


이런 수집병 때문인지 두 자녀의 아버지인 그도 신혼초에 집안에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처음엔 남이 버린 물건을 주어온다고 구박해 매일 밤마다 혼났죠. 그런데 지금은 제 든든한 후원자입니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처음 중국에서 유물을 가지고 들어올때 사기도 많이 당하고 가짜유물도 많이 사들였다는 그는 “누군가 사라져가는 물건을 지켜야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손을 놓지 못할 것”라고 말했다.

“보존가치가 있는 자료를 창고에 쌓아두기 아깝다”며 유물 기증도 많이 했다. 지난해 국립민속발물관에 우리나라 민속복식자료와 에로영화 포스터 등 1500여점, 국립청주박물관에 인도금속 문양틀과 중국금속공예품 등 1000여점,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인도 목제 문양틀 500여점을 건네줬다.

나무를 이용한 화살촉.

나무를 이용한 화살촉.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아직도 숨겨진 보물은 많다. 비밀이라며 전시관바닥상자를 열자 수많은 칼자루가 쏟아져 나온다. 200여점은 넘게 보였다. 몽골에서 유목민들이 쓰던 칼이라며 칼자루에 젖가락이 꽂아있는 유품을 보여주며 연신 자랑했다.

“사람들은 술 한잔 먹는 돈은 아까운지 모르면서 박물관관람료는 무료가 아니면 안보는 관람문화가 안타깝다”는 신관장. 그가 모아온 유품을 이번 주 주말에 찾지 않으면 또 어디에서 초청장을 받고 박물관에 없을 수도 있다.
청동기로 만든 투구

청동기로 만든 투구

원본보기 아이콘

화살을 쏠때 손가락 끝에 끼던 유물

화살을 쏠때 손가락 끝에 끼던 유물

원본보기 아이콘

몽골 유랑민들이 전투를 벌일때 뒤에 쫓아오는 말의 진로를 방해하려 사용했던 장비.

몽골 유랑민들이 전투를 벌일때 뒤에 쫓아오는 말의 진로를 방해하려 사용했던 장비.

원본보기 아이콘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서울대병원·세브란스, 오늘 외래·수술 '셧다운' "스티커 하나에 10만원"…현금 걸린 보물찾기 유행 '바보들과 뉴진스' 라임 맞춘 힙합 티셔츠 등장

    #국내이슈

  • 밖은 손흥민 안은 아스널…앙숙 유니폼 겹쳐입은 축구팬 뭇매 머스크 베이징 찾자마자…테슬라, 中데이터 안전검사 통과 [포토]美 브레이킹 배틀에 등장한 '삼성 갤럭시'

    #해외이슈

  • [포토] 붐비는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 이재용 회장, 獨 자이스와 '기술 동맹' 논의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PICK

  •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기아 EV9, 세계 3대 디자인상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상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