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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재림한 비틀즈, 축제는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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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전세계적으로 비틀즈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비틀즈의 앨범들이 1987년 처음 CD로 다시 탄생한 이래 22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로 옷을 갈아입고 지난 9일 오전 9시 일제히 전세계 음반매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이들의 히트곡 '레볼루션 넘버 나인(Revolution No.9)' '원 애프터 909(One After 909)'에서 힌트를 얻은 플래시몹처럼.

지난 9일 발매된 비틀즈 디지털 리마스터 스테레오 앨범 박스세트 ⓒApple Corps Ltd

지난 9일 발매된 비틀즈 디지털 리마스터 스테레오 앨범 박스세트 ⓒApple Corps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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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래가 뒤늦게 발견된 것도, 새롭게 제작된 앨범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비틀즈에 대한 관심이 왜 이리 뜨거운 걸까. "비틀즈는 예수보다 유명하다"는 존 레넌의 발언을 42년 만에 교황청이 용서했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답은 될 것이다. 비틀즈에 대한 지구적인 관심은 이들이 해체한 지 40년이 다 돼가고 있음에도 변함이 없다.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룹 비틀즈의 위상은 스테레오와 모노 버전 두 가지로 부활한 앨범들이 전세계 음반 차트에서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미국 빌보드 음반 판매량 차트에서도 1주일 만에 상위권을 장식할 예정이며 미국, 영국, 일본 등 아마존닷컴 음반 판매 사이트에서는 이미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예약판매만으로 5만장을 기록했다.

비틀즈의 앨범을 한 장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 나온 앨범이 대체 뭐가 대단하기에 이런 난리일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비틀즈의 팬이 아니라면 기존의 앨범을 집에 두고 지갑을 또 열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만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틀즈의 팬도 아니고, 이미 갖고 있는 앨범 한두 장만으로 만족한다면 굳이 새롭게 구매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같은 가수에 같은 노래다. 그러나 비틀즈의 팬이라면, 비틀즈의 앨범을 구입할 생각이라면 새로 발매된 앨범들은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비틀즈 ⓒApple Corps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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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리마스터'라고 새롭게 발매된 앨범들을 설명하지만 1987년 발매됐던 비틀즈의 CD들도 모두 같은 문구를 달고 있다. 마스터테이프의 음원을 CD로 옮겼다는 것 자체만으로 디지털 리마스터인 것이다. 그러니 '090909' 버전이 최초의 디지털 리마스터라는 표현은 틀린 정보다. 컴필레이션 형식의 '옐로 서브머린(Yellow Submarie)'과 '러브(Love)' 등이 다시 한 번 디지털로 깨끗하게 리마스터돼 발매된 적도 있다.

지난 9일 공개된 비틀즈의 새로운 리마스터 앨범들은 영국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엔지니어 팀들이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완성한 작품들이다. 스테레오 버전 박스세트를 비롯해 낱장으로 발매된 앨범들은 모노로 발표된 초기 네 장의 앨범을 포함해 모두 스테레오로 리마스터됐다.

LP에 담긴 풍성한 음역의 음원과 달리 1987년 초판 CD들은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은 음향과 정리돼지 않은 채 뒤섞여 있는 악기 배치로 인해 팬들의 불만을 샀다. 부실한 속지 또한 불평의 대상이었다. 새롭게 리마스터된 음원은 이전에 비틀즈의 CD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세계를 보여준다기보다는 훨씬 명료하고 잘 정리된 듯한 인상을 주는 수준으로 완성됐다.

초기 모노 레코딩을 스테레오로 리마스터한 초기 앨범들은 1960년대 녹음기술의 한계로 인해 현대적인 입체감을 주는 것이 아니니 너무 큰 기대를 가질 필요는 없다. 악기와 목소리가 좌우로 나뉘어 들리는 정도다.

대표적 히트곡 '예스터데이(Yesterday)'가 수록된 '헬프!(Help!)' 이후 앨범들은 원래 스테레오 녹음을 좀더 깔끔하게 다듬었다. 플라스틱 주얼 케이스에 덜렁 종이 몇 장이 담긴 게 전부였던 앨범들은 다채로운 사진들과 해설, 에세이 등으로 채워졌다. 퀵타임(QuickTime) 포맷의 짧은 다큐멘터리가 각각의 CD에 담겨 있는데 10여년 전 나온 다큐멘터리 DVD '앤솔로지(Anthology)'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비틀즈 ⓒApple Corps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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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은 모노 버전을 모은 박스세트다. 모노 박스세트에는 '옐로 서브머린' '애비 로드(Abbey Road)'와 '렛 잇 비(Let It Be)'가 제외돼 있어 전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박스세트라 해놓고 왜 모든 앨범을 채워 넣지 않았을까? 이유는 당시의 레코딩 방식 때문이다. 모노에서 스테레오로 옮겨가던 시기였던 1960년대 비틀즈는 모노와 스테레오 버전을 따로 만들었고 이번에 미공개 버전을 새로 공개한 것이다. 자세히 들으면 음원 자체가 약간 다르다. 앞서 언급한 세 앨범은 스테레오 믹스만 녹음됐기 때문에 모노 버전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모노 박스세트에는 스테레오로 발매된 앨범들의 모노 믹스 버전을 최초로 수록하고 '헬프!'와 '러버 소울(Rubber Soul)'에는 오리지널 스테레오 믹스도 추가로 수록했다. 모노 박스세트는 낱개 앨범으로 발매되지도 않아 일본에서 특수 제작한 LP미니어처 재킷과 함께 마니아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그 덕에 이미 국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품절 상태다. 전세계적으로 1만장 한정판매라지만 조만간 추가 발매할 것이라고 비틀즈의 음원을 갖고 있는 애플 측은 밝혔다.

22년 만에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나온 비틀즈의 앨범들에 대해 대다수의 팬들은 만족하고 있지만 '쇼킹할 만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 불평하는 팬들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비틀즈의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음향적으로든 시각적으로든 가치 있는 재발매다.

더불어 비틀즈를 소재로 한 게임 '비틀즈: 록밴드'도 9일 음반과 함께 발매됐다.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 위 등으로 즐길 수 있다. 비틀스의 역사를 가장 정확하게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연대기 서적 '더 컴플리트 비틀즈 크로니클', 만화의 형식으로 보는 비틀즈 이야기 '만화로 보는 비틀스-러브 미 두'도 발간됐다. 바야흐로 올 가을은 비틀즈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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