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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장기능의 회복과 서민금융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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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어려우면 제일 먼저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다름아닌 서민들이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도 큰 영향을 받았다. 성장률이 급락하고 일자리수가 감소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여건은 급격히 악화됐다.

최근 다소나마 경기회복되는 추세를 보여 다행이지만 서민들의 생활이 나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90년대 후반의 IMF 외환위기는 우리나라의 금융회사들에게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철저하게 일깨운 사건이었다. 게다가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2003년의 카드사태는 금융회사로 하여금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결과 신용등급이 우량한 고객과 거래하는 것이 영업 관행으로 굳어졌다.

은행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신용으로 돈을 빌리기는 매우 어렵게 되었으며 서민금융기관이라고 불리우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등도 모두 서민에 대한 신용대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 저축은행의 5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잔액은 2004년말 2조4000억원에서 2009년 3월 현재 1조2000억원으로 50%가량 감소했고, 신협의 신용대출잔액도 2006년 3조4000억원에서 2009년 3월 현재 2조9000억원으로 5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서민들의 금융 수요가 특별히 줄어든 것도 아닐 터인데 제도권 금융회사들의 서민들에 대한 금융 공급이 감소했다면 서민들의 금융애로가 가중되고 있음은 불을 보듯 당연하다. 제도권에서 필요자금을 적절하게 공급받지 못한 이들은 필연적으로 사금융 시장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사금융시장을 한 번 이용하는 순간 이를 헤어나오기는 매우 어려운게 현실이다. 사금융시장에는 불법채권추심, 수천%에 달하는 고금리 수취 등 불법적인 행위가 끊이지 않으며 채무자의 인권이 유린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민들이 금융소외자가 되는 현상을 사전에 예방하고 정상적으로 제도권 금융의 수요자로 유지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금융회사가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신용도 낮은 서민들은 금융회사가 리스크관리를 이유로 기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잠재적인 고객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들이 서민대출시장에서 보여준 행태는 일종의 쏠림현상(herd behavior)이었다. 리스크부담을 이유로 신용이 낮은 사람들을 기피하면서 대출시장에서 다양한 금리대의 상품이 적절히 분포되지 않고 양극화되는 현상을 보였던 것이다. 이는 곧 시장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감독당국으로서는 시장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차주의 신용위험에 부합하는 적절한 금리대의 대출상품이 시장에 존재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행동을 유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금융회사들이 이에 부응하는 새로운 시도를 실시했는데 바로 은행의 희망홀씨대출 상품이다. 기존에 은행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던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금리는 기존 은행대출에 비해 다소 높더라도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3월에 출시되어 6월말까지 14개 은행에 2345억원의 신규대출이 집행됐는데 기간이 짧아 아직까지 실적이 충분치는 않다. 그렇지만 적절한 리스크관리를 통해 금융회사가 건전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서민들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함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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