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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디저트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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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림 파티셰의 디저트 종합선물세트]

3년 전 이맘 즈음 필자는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에서 홀로 '맛기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10여일간 프로방스 이곳저곳을 다니며 그 지역의 요리며 디저트들을 먹어보는 즐거우면서도 힘든 여행이었죠. 어느 날 저녁은 혼자 레스토랑에 앉아 '니스 음식 맛보기 코스'를 장장 3시간에 걸쳐 먹기도 했습니다. 음식이 나오는 사이사이 졸면서 말이죠.

자, 이쯤에서 프로방스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하겠습니다. 프랑스의 남동쪽 지역을 일컫는 프로방스 지방에는 영화제로 유명한 깐느, 니스, 마르세이유 등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들과 세잔, 고흐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이 활동한 문화도시 엑상 프로방스, 아를르, 아비뇽 등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곳은 축복받은 자연의 혜택으로 오렌지와 레몬, 멜론 등의 과일과 아몬드, 꿀, 올리브, 라벤다 및 각종 야채와 어패류가 풍부해 이를 이용한 맛있는 요리와 디저트가 잔뜩 있습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피터 메일의 '나의 프로방스'라는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짐작하실 겁니다, 얼마나 위대(胃大)해야만 프로방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프로방스의 디저트는 그야말로 '웰빙' 입니다. 버터를 별로 사용하지 않고 그 지역에서 나는 과일, 견과류, 꿀 등을 듬뿍 사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디저트는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칼리송(calisson)'. 아몬드와 설탕으로 반죽을 만들어 마름모 꼴의 틀로 찍어내고 하얀 설탕옷을 위에 입힌 이 자그마한 과자는 아몬드의 향과 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입니다. "그냥 고소한 아몬드맛 아니겠어?"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프랑스산 아몬드는 우리가 흔히 먹는 캘리포니아산 아몬드와는 달리 기름이 많고 고소한 맛 이외의 특이한 향이 나기 때문이죠. 이 칼리송은 설탕에 절인 오렌지, 멜론, 살구 등을 섞어 다양한 맛을 내기도 합니다.

'누가(nougat)'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프로방스의 명물입니다. 계란 흰자와 라벤더 꿀, 아몬드로 만든 이 과자는 하얀 반죽에 아몬드가 송송 박혀 있답니다. 라벤다 향 가득한 달콤함 속에 고소한 아몬드가 씹히는 그 맛은 프로방스의 자연을 한입에 넣고 맛보는 기분이랄까요?

한 편에서는 '설탕에 절인 과일(fruit confit)'이 눈에 띕니다. 레몬, 오렌지 같은 과일을 통째로 절이기도 하고 잘라서 절여 말린 것도 보입니다. 나무통에 가득 담겨진 통레몬절임은 아주 먹음직스럽습니다.

레몬으로 유명한 망통(menton) 지역에서는 또한 레몬 타르트가 유명합니다. 타르트 안에 새콤한 레몬크림을 채워넣고 그 위에 머랭(흰자와 설탕으로 만든)을 장식해 새콤함과 달콤함이 어우러지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로방스 대표 쿠키인 '나베트(navette)'는 다른 지역의 쿠키와 달리 버터를 사용하지 않아 담백하고 오렌지 꽃물을 반죽에 넣어 은은한 오렌지꽃 향이 나며 길쭉하게 생긴 모양이 특징입니다.

1781년부터 나베트를 만들어 왔다던 마르세이유의 유명한 나베트 가게를 찾아 힘들게 언덕을 올라올라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가게를 찾은 기쁨에 잔뜩 사서는 마르세이유의 바닷가를 거닐며 하나 둘 바삭바삭 깨물어 먹었던 가볍고 향긋했던 나베트.

위대(?)한 이들이 몹시도 부러웠던 프로방스 여행을 회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오후입니다.

<레꼴두스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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