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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잠시 접고 '수플레' 달콤함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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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림 파티셰의 디저트 종합선물세트]

과자를 만들다보면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 케이크는 따뜻하게 데워서 차가운 크림과 함께 먹으면 가장 맛있는데… 저 손님이 과연 집에 가지고 가서 그렇게 해 드실까?'

'이 푸딩은 표면에 설탕을 뿌려서 태워가지고 숟가락으로 탁 하고 깨먹으면 최고인데, 하지만 미리 만들어 놓으면 눅눅해질텐데…'

모든 과자가 똑같이 냉장 온도에서 먹어야 맛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아마도 파티시에의 바람은 고객들에게 가장 맛있는 상태로 멋지게 디저트를 서빙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들어 즉석 디저트를 내놓는 카페나 전문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리 만들어 냉장 쇼케이스에 진열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 즉시 만들어 가장 맛있는 상태로 접시에 서빙하는 디저트입니다. 차갑고 뜨겁게, 혹은 소스를 뿌리거나 하는 이런 디저트들은 집에 가져갈 수 없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맛보아야만 하는 디저트이죠.

프랑스어로 '녹는 초콜릿'이라는 뜻을 가진 '퐁당 오 쇼콜라'라는 이름의 디저트는 겉에서 보기엔 소박하고 자그마한 초콜릿 케이크이지만 막상 먹으려고 포크를 드는 순간, 케이크 안에서 사르르 초콜릿이 흘러 나옵니다. 따뜻한 상태로 접시에 담아서 차가운 소스를 곁들이거나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면 맛있답니다.

'밀훼이유'는 '천장의 나뭇잎'이란 뜻처럼 겹겹이 층이 있는 파이를 구워서 그 사이에 크림과 과일을 샌드해 만든 디저트입니다. 미리 만들어 둘 수도 있지만 크림 때문에 파이가 눅눅해지면 맛이 덜하답니다. 즉석에서 파이와 크림을 쌓아 바삭함이 살아 있어야 더욱 맛이 있겠죠?

'프로피테롤'은 작은 슈(chou) 안에 아이스크림을 채우고 그 위에 뜨거운 초콜릿 소스를 뿌려먹는 디저트입니다. 바삭한 슈 껍질과 차가운 아이스크림, 그리고 뜨거운 초콜릿 소스의 조화가 일품이랍니다.

영화 '아멜리'에서 잠깐 등장한 적이 있는 '크렘 뷔릴레'라는 디저트의 이름은 '태운 크림'이라는 뜻입니다. 아주아주 부드러운 푸딩을 구워서 먹기 전에 그 위에 설탕을 뿌려 불로 태워 단단한 캬라멜 막을 만들어 먹는 디저트입니다. 스푼으로 캬라멜 막을 살짝 깨뜨려 달콤 쌉싸름한 캬라멜과 부드러운 푸딩을 함께 즐기는 프랑스식 디저트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맛보기 힘들지만 '스플레'라는 디저트는 먹는 타이밍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릇에 담긴 채 오븐에서 막 구워져 나온 스플레는 프랑스어로 '부풀어 있는' 이라는 뜻 그대로 그릇에서 넘치다시피 잔뜩 부풀어진 채로 서빙됩니다.

자, 지금부터 친구와의 대화도 잠시만 멈춰주세요. 스플레가 꺼지기 전에 조심스레 스푼을 들어 부드럽고 따뜻한 스플레를 맛봐야 하거든요. 재미있게도 프랑스에는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모두 스플레로만 이뤄진 전문 레스토랑도 있답니다.

오늘 소개한 디저트들은 이름이 좀 어렵다구요? 하지만 파티시에가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한 최상의 그 순간을 맛보고 싶지 않으세요?

<레꼴두스 셰프 이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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