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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리더의 책꽂이]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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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설흔·박현찬 지음/ 예담 펴냄/ 1만1000원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 ‘글쓰기’를 배우고자 한다면 꼭 추천하기로 진작 맘먹었다. 해서 감히 소개한다. 더구나 내용이 소설 형식을 빌었으니 가히 읽기가 그리 어렵지 않아서 좋다는 것도 아울러 밝힌다.

책은 조선 최고의 문장가 연암 박지원과 그에게 글쓰기를 배우려는 제자 지문의 이야기를 소설로 꾸민 것이 독창적으로 다가온다. 충격적이다. 신선하다. 독후감이 그러하다.

연암이 지문에게 가르치는 글쓰기 비법은 이것이다. “논어를 천천히 읽게. 할 수 있는 한 천천히 읽어야 하네”(67쪽) 식으로 일본의 프로 독서가로 유명한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이나 다름없다. ‘슬로 리딩’이란 될 수 있으면 한 권의 책에 많은 시간을 공들여 읽는 것을 가리킨다. 이에 대해 연암도 마찬가지였다. 연암은 1월부터 4월까지 무려 넉 달간이나 한 권의 책(논어)을 붙들고 씨름했기 때문이다.

조선 최고의 문장가도 독서를 이러했건만 하물며 범인의 독서가 속독에만 만족하고 숙독할 줄 몰라서야 어디 쓰겠는가. 그러니 독서는 양보다는 질이라는 것이리라. 그리하면 자연 글쓰기를 배우게 된다고 책은 가만가만 ‘우우량량’ 하라고 충고한다. 우우량량은 원래 홀로 터벅터벅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형용하는 말이다.(147쪽) 해서 글이 잘 되고 못 되고는 전적으로 내게 달려 있는 것이지 남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

책이 말하는 글쓰기 핵심은 이러하다. 이를테면 ‘글을 쓸 때는 내 생각을 다른 이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네’(151쪽)와 같이 혹은 ‘붓 끝을 도끼 삼아 거짓된 것들을 찍어버릴 각오로 글을 쓰게나’(155쪽)처럼 매우 치열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공저자의 상상력에 그만 혀를 내둘렀던 적 있다. 공저자는 연암을 중국 최고의 문장가 ‘사마천’에 비견한다. 이를테면 “연경에 갔을 때 점을 본 일이 있다. 그때 점쟁이가 한 말이 기억나는구나. 사마천과 같은 사주라는 게지. 아, 이 운명을 어찌해야 할꼬”(165쪽) 식으로 말이다.

어쨌거나 책은 연암을 통해 오늘날 ‘글 쓰는 사람의 자세’를 말하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책은 죽은 연암을 내세워 산 후손에게 글쓰기가 어떠해야 하는지 요목조목 일러준다. 이를테면 글쓰기는 ‘연암처럼’이 본보기라는 것이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까?”
책은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세속의 명예나 이익이 아닌 순정한 마음으로 쓰는 글, 거짓된 소리가 아닌 진심으로 쓰는 글만이 세상과 맞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가르쳐주려 했던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연암이 과거를 포기하고 평생토록 글을 쓰고 살면서 얻고자 바랐던 가치일 터였다’(279쪽)

요컨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연암의 글쓰기의 ‘비법’이 아니라 ‘자세’일 것이다. 그러니 어쩌랴.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다면 제대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해서 ‘글쓰기의 기본은 읽기’라고 고수들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이다. 이 책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문학동네)과 함께 두고두고 읽으면 글쓰기에 더더욱 좋아질 것이다. 기필코 장담한다.

심상훈 북 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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