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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전대통령 서거] '바보 노무현' 노짱이 남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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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곁을 떠나갔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운명을 암시라도 하듯 지난달 22일 홈페이지에서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다. 저를 버리셔야 한다"고 토로했다. 스스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린 것.
 
지지자들로부터 '노짱'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았던 노 전 대통령. 비록 국민들의 '노짱'까지는 되지 못했지만 그가 한국 정치사에 남겨진 족적은 가볍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은 누가 뭐래도 '지역주의 타파'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상고 출신의 인권변호사, 6월항쟁 민주투사, 5공청문회 스타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하던 노 전 대통령은 90년 3당 합당을 거부한 뒤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지역주의의 거대한 장벽에 맞서 싸우다 매번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 정치는 영호남이라는 지역구도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주요 정당이 나라의 동서 한쪽을 각각 포기하고 있는 정치구조다. 이러한 지역주의는 87년 대선에서 이른바 '1노3김'의 대결 이후 더욱 고착화돼왔다. 이후 YS, DJ, JP의 깃발만 꼽으면 각각 영호남과 충청에서 누구라도 당선되는 시절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타협하지 않았다.
 
이런 열정은 '바보 노무현'을 낳았고 노사모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결국 2002년 대선에서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원칙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셈.
 
하지만 영광은 잠깐이었다.
 
대선 이후 임기 5년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 '제자리 찾아주기'라는 권위주의 청산과 정경유착 근절이라는 개혁 추진에도 불구하고 크고작은 논란이 적지 않았다.
 
△대북송금 특검 △열린우리당 창당 △재신임 발언 △대통령 탄핵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폐지 △대연정 추진 △행정수도 이전 △언론과의 갈등 △부동산정책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한미 FTA 추진 등 주요 이슈는 격렬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진보진영의 비판은 물론 친북좌파라는 보수진영의 공세가 임기 내내 끊이지 않았다. 개혁 추진 과정에서 불거졌던 아마추어리즘도 문제였다. 아울러 주요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노 전 대통령 특유의 거침없는 언행은 보혁ㆍ계층ㆍ지역간 적지 않은 논란을 야기했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로 대표되는 노 전 대통령의 직설적 언행으로 나라 전체가 요동쳤고 일부 사안은 국론분열 수준으로까지 갈등이 확대되기도 했다.
 
임기 내내 특유의 승부수를 내던진 노 전 대통령. 하지만 그는 자발적 참여라는 진일보한 정치문화를 만들어냈다. '노빠'라는 비하적 표현도 없지 않지만 노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우리 정치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노란풍선 물결이 상징적이다. 금권과 동원이라는 구태 없이도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노사모로 상징적되는 자발적 정치문화는 이후 여러 정치인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모범적인 것이었다. 아울러 임기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남북화해의 시대를 지속시킨 것도 노 전 대통령의 빼놓을 수 없는 업적 중 하나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고향 봉하마을로 내렸갔다. 농사를 짓는 소탈한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그의 모습에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퇴임 1년 만에 불거진 비리 의혹에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 바보 노무현이 추구했던 공과를 냉정하게 가려 공(功)은 살리고 과(過)는 버리는 한국 사회 전체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그가 유서에서 남긴 메시지는 화합이었지 분열이 아니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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