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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터넷 대통령'이 원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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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비보가 날아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 소식이었다. 환갑을 갓 넘긴 63세에 삶을 마감한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한때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불렸기 때문인지 인터넷상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와 애도 열기는 봉하마을의 실제 빈소만큼이나 뜨거웠다. 노 전 대통령의 생을 회고하는 각종 추모영상이 제작돼 새롭게 재조명됐고,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추모 글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추모 글은 이미 40만건을 넘어섰고 인터넷에는 예전과 다른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의 대부분은 정치나 정권 등과 무관하게 '인간 노무현'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점을 가장 안타까워하면서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얼굴을 맞대지 않는 익명의 공간이기 때문일까. 대다수 네티즌들이 애도의 마음과 조의를 표하는 상황에서도 욕설이나 노골적인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글들이 일부 등장해 사이버 추모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의견과 맞지 않는 글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만을 일삼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아 추모객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바라보면서 국민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을 터이다. 하지만 고인과 자신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애도와 추모 대신 고인을 향해 비난과 욕설을 일삼는다면 인간된 도리는 아닐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짧은 유서의 내용처럼 누구를 원망할 필요도 없다. 진보와 보수 등 정치적 색깔론이 이번 추모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는 일은 가급적 없기를 바란다.

온라인상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자신의 논리와 정치적 목적을 표현하려는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인터넷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일일뿐 아니라 자신을 향한 부메랑이 될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으로 통했던 인터넷 세상만이라도 정치적 목적을 내세우기 앞서 고인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냉정하고 진지하게 바라볼줄 아는 성숙한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정선 기자 m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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