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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칼럼] '인천 稅盜'와 '양천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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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0월 지방자치단체 세무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세금 횡령사건이 전국을 강타했다. 이른바 '인천 세도(稅盜)사건'이다. 시민들이 낸 지방세를 영수증 금액을 변조하는 수법으로 빼돌려 무려 35명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들이 5년 넘게 횡령한 액수만도 100억 원대에 이른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부천에서 또 다른 세도가 잡힌다. 이번에도 수십억 원대에 이르며 현직 구청장까지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세도사건은 이듬해 서울에서도 적발되는 등 전국 곳곳의 지자체에서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세금을 횡령한 것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공복이라는 공무원들이 국민들의 혈세를 마치 자기 돈인 양 마구 쓰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곳간'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사과했지만 15년이 지난 오늘에도 어처구니없는 공무원들의 범죄가 재연됐다.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구청으로 출근하고 밤에는 회장님이라 불리는 그는 서울 양천구청의 8급 공무원이었다. 그는 사회복지과에 근무하면서 3년 동안 장애인에게 돌아가야 할 돈 26억원을 착복했다.

 

전남 해남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들의 복지급여 업무를 담당한 7급 여직원이 남편과 아들 등의 명의로 34개의 차명계좌를 개설 10억원을 횡령해 빚 청산과 자동차 구입, 해외 여행비 등으로 탕진했다.



공무원들의 예산 도둑질은 서울 뿐 아니라 지방의 읍사무소까지 가릴 곳이 없었다. 충남 아산에서는 8급 공무원이, 전남 진도에서는 보건진료소 공무원이, 춘천과 서울 용산구에서도 비위가 적발됐다. 횡령액수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은 예전의 푼돈이나 챙기는 공무원들과 달리 나랏돈으로 자신의 재물욕을 채우는 이른바 축재형 범죄를 저질렀다.



특히 생계를 위협받는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보조금을 가로채는 파렴치한 범죄로 그들이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관리할 자질이 있나하는 회의가 든다. 일부 지자체는 범죄를 적발하고도 수년간을 은폐했다니 공무원들의 불법과 탈법에 혀를 내둘 정도다.

 

얼마 전에는 쌀 직불금을 공무원은 물론 사회지도층 인사들까지 불법으로 수령해 파문을 일으켰다. 정부가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돈을 농사도 짓지 않는 28만여 명이 받아간 것이다. 이 중에는 공무원이 4만여 명에 이르렀고 상당한 고위직도 있었다.



또 특별한 국가시책 사안이거나 지역교육의 현안이 있는 경우 사용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특별교부금을 장ㆍ차관과 간부들이 모교나 자녀 학교를 방문할 때 선심 쓰듯 사용했다. 특히 충청북도에서는 교육감이 모교에 62여 억원을 특혜 지원하고도 되레 큰소리치는 일도 있었다. 기숙사가 있는데도 신축자금으로 또 교사 리모델링 사업비 명목으로 퍼주었다니 그의 도덕불감증에 놀랄 뿐이다.

 

국가 예산을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챙기고 사용한 것이다. 전국 50여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적발된 것만이 이 정도니 공직 전반에 대한 감사가 실시되면 어떠한 사태가 벌어질지 오히려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지금도 어디선가 '눈 먼 혈세'가 줄줄 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국민들은 불안하다. 이번에 적발된 일들이 '빙산의 일각'이 아니길 기대한다.

 

정부가 경제 위기를 부축하기 위한 30조원에 달하는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4조여 원을, 일자리 만들기에 3조여 원을 투입하는 등 서민 생활 보조금으로 많은 부분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부는 현금으로 일부는 재래시장 쿠폰으로 지급해 내수 경기의 활성화도 꾀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입한다 해도 현재의 복지예산처럼 줄줄 새나간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한다. 또 공무원들은 공직에 입문할 때의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 한때 유행처럼 번지다 지금은 쑥 들어간 '머슴론'이 다시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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