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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리더의 책꽂이]십이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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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 이야기
모로하시 데쓰지 지음/ 최수빈 옮김/ 1만6천원

자축인묘… 신유술해. 즉 십이지 동물들의 기원과 의미, 예부터 전해져오는 역사적 사실을 사냥하고 또 전설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 읽는 재미는 신나면서 퍽 쏠쏠했다.

책은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의 편찬자로 너무나 유명한 일본이 대놓고 자랑하는 세계적인 석학 모로하시 데쓰지(1883∼1982)가 저자이다. 저자의 해박한 고전 지식과 구수한 입담 그리고 자문자답 구성이 매력적이다. 가히 스테디셀러 되기에 부족하지 않다.

더구나 양의 해에 태어난 저자가 무려 여든다섯의 나이에 쓴 책이라는 걸 감안하면 한마디로 놀랍다. 독자로 하여금 육칠십의 나이가 되어서도 다시 책꽂이에서 꺼내도록 만들 것이다. 계속 마주하고픈, 심신을 기쁘게 만드는 책으로 다가오고 읽혀져서다.

서론에 해당하는 '십간과 십이지'(17~37쪽)를 읽다가 보면 괜스레 사주팔자를 시나브로 따지게 된다. 또 십이지에 첫 번째인 쥐를 뜻하는 자(子)나 소를 의미하는 축(丑)이 이른바 짐승 자체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에 놀라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므로 새삼 기쁘고 흐뭇해진다.

소띠 해다. 그래서일까. "암컷(牝)은 항상 고요함으로써 수컷(牡)을 이긴다"(63쪽)라는 대목이 유독 내 맘에 끌렸다.

나는 용띠기에 책의 제5장을 차지하는 진(辰)을 읽을 때 흥분되는 전율을 몸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가족에게 말하길 "용의 성질은 매우 모질고 사나우며, 거칠고 악하다. 하지만 정반대로 귀엽고 어린아이 같은 모습도 가지고 있다"라고 자랑했더니 그만 가족들이 모두 깔깔 웃었다.

그러면서 한 명씩 자기 띠는 어떻게 씌어져 있는지 모두들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였더랬다. 이렇듯 책은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 심지어는 직장일지라도 '상대를 이해하는 소통과 어색한 분위기도 밝게 만드는 이야기'로 여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정현종 시인은 '아침에는 운명 같은 것 없다'고 했지만 '자신에게 닥친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소무는 한나라 조정에서 하사받은 절(節)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197쪽)라고 한다.

그러한 소무를 향해 동료이자 친구였던 이릉은 "인생은 아침이슬과 같거늘 어째서 고통스러운 일을 이와 같이 자초하는가?"라고 자신처럼 항복하라고 권고하였지만 소무는 완강하게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고. 소무가 이릉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이유를 말하자면 '오로지 새날' 때문이 아닌지, 설날 맞이한 아침에 나는 행복했더랬다.








심상훈 북 칼럼니스트ㆍ작은가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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