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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83> 항생제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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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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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는 미생물이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이다. 1928년 영국의 플레밍이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 1940년대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세균성 질환의 치료에 많이 이용되었다. 처음에는 곰팡이 또는 토양 미생물이 만든 것을 이용했으나, 오늘날에는 합성 항생제도 많이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다.

항생제는 미생물 가운데 박테리아를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서 결핵과 같은 박테리아성 질병으로 죽어가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제대로 기능을 못하던 면역세포를 대신하여 박테리아성 질병과 이러한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항생제의 도움으로 선진국에서는 박테리아성 질병이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항생제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미생물 가운데 대체로 박테리아에 한정되기 때문에 면역세포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원생동물에 대해서는 일부 항생제만 효과가 있으며, 감기나 독감균과 같은 바이러스에는 어떤 항생제도 전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소화 장애나 설사와 같은 일시적인 부작용도 있지만, 심각한 문제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 때문에 기존의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가 늘어나는 점이다. 항생제의 효과와 쉬운 접근성은 플레밍이 예견한 대로 항생제의 오남용을 가져와 내성균을 확산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앨러지를 증가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스스로 항생제에 대항하여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항생제 내성은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항생제의 오남용이 내성균의 출현을 가속화시켜 질병의 치료를 어렵게 하여 입원기간을 길게 만들고, 진료비용과 사망률을 높이는 것이 문제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2백만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이 가운데 23,000명 이상이 사망한다.
선진국들은 인간의 항생제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무분별한 사용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사용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감기나 독감은 바이러스성 질환이기 때문에 항생제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항생제를 처방해 주는 의사가 적지 않으며, 설사는 대부분 바이러스에 기인하는데,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에게 사용되는 항생제 못지않게 가축에 대한 항생제의 사용도 문제다. 미국의 식품의약품관리청(FDA)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비되는 항생제의 80%는 가축에 의해 소비된다는데, 항생제는 가축의 몸에 있는 이로운 박테리아를 포함하여 수많은 박테리아의 대부분을 죽이고,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만 살아남아 번식하게 되므로 항생제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를 증가시킨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도 문제다. 항생제 제조과정의 부적절한 폐수처리와 항생제가 많이 들어있는 약물과 가축 쓰레기가 환경을 오염시켜 항생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의 출현을 확산시킨다.

어떤 질병에 걸려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면 꼭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박테리아성 질병에 걸려 일시적으로 사용이 불가피하면, 최소한의 사용은 하되, 오남용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사용 후에는 다시 사용할 필요가 없도록 손을 깨끗이 씻고, 음식의 위생을 개선하는 등 세균의 감염을 줄이기 위해 행동을 생활화하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항생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도록 친생명적인 생활을 습관화하여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다.

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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