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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도로공화국'에서 '과학공화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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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타 과기정통부 이관 필요하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는 '도로(Road)공화국'이라 불러도 무방합니다. 매년 지역 국회의원들이 앞 다퉈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도로를 만들겠다"며 관련 예산을 챙깁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보여주기식 선물로는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넘쳐났습니다. 이렇다 보니 시골길 어디를 가도 포장되지 않은 도로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도로공화국'이 된 것이죠.

반면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모르쇠 모드'가 강합니다. 4대강 사업에 20조 원을 투자했는데 딱 이정도 예산이 전체 과학기술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됩니다. 이른바 삽질(?)하는 단일사업에 20조 원은 쏟아 부으면서 미래 먹거리와 기초원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데 이르면 정치권과 예산당국은 고개를 가로 젓고 맙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과학(Science)공화국'보다는 바로 눈에 들어오는 '도로공화국'에 빠져 있는 형국입니다.
과학자들은 R&D를 'Research & Development(연구개발)'로 이해하는데 몇몇 국회의원들은 이를 'Road & Development(도로개발)'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국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기획재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습니다. 기재부가 맡고 있는 국가 R&D 예타 업무를 과기정통부로 위탁 이관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예타는 총 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가 재정 3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 등이 개정안에 반발하면서 논의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혁신을 위해 과기정통부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만들었습니다. R&D 예산의 분배와 조정은 물론 예타 기능까지 갖추겠다는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과기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 분야의 예타는 다른 산업과 차별화해야 한다"며 "그동안 엄격한 경제성 중심의 예타 실시로 과학기술분야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제적 관점만 강조하다 보니 미래유망·창의·도전 연구에 대한 예타는 아예 삭제되거나 그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문제점이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된 '자율주행자동차 핵심기술개발사업계획'은 아직도 예타가 진행 중입니다. 과기정통부 측은 "2014~ 2015년 평균 예타 기간을 보면 2년 이상 걸렸다"며 "R&D 예타에 대한 장기화로 적절한 시기를 놓쳐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지금의 예타 시스템은 기초와 원천 과학기술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14~2015년 자료를 보면 산업기술사업의 경우 예타 통과율이 80%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기초·원천사업 통과율은 고작 25%에 불과했습니다. 장기간 투자해도 뚜렷한 성과가 나오기 힘든 기초와 원천기술은 아예 예타에 반영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기초와 원천과학을 연구하는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해외로 떠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현재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추경호 의원 등은 다른 사업 예타와 형평성 문제, 재정 건전성 하락 등을 이유로 적극 반대하고 있습니다. 예타 권한을 기재부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고집입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재정당국인 기재부와 긴밀히 협의해 R&D 전문성과 기재부의 재정전문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국가 총 R&D 지출한도는 재정당국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과기정통부가 예타를 수행해도 국가 R&D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습니다.

용홍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책국장은 "기재부와 어렵게 지난해 6월 R&D 예타에 대한 위탁업무에 합의했다"며 "예타 중복성과 비효율성을 없애 국가 재정 절감은 물론 R&D 투자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도 5일 성명서를 통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고 속에서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과학기술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책임성을 강화하는 후속 조치가 하루 빨리 이뤄지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기본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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