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많이 와 작황 부진→金상추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죄송합니다. 상추 가격이 올라서 조금밖에 못 드려요."
서울 강서구에서 보쌈 식당을 운영하는 전미옥(52ㆍ여)씨는 요즘 손님들 상에 채소 올리기가 민망하다. 달랑 3~4개 내놓고 추가 요구는 정중히 거절한다. 지난 몇 차례의 폭우 뒤 가격이 너무 뛰어버렸기 때문이다. 여름에 가뜩이나 비싼 상추는 장마철까지 맞아 내내 '금(金)상추'라 불릴 기세다. 보쌈 주재료인 삼겹살 값도 오르고 있다. 전씨는 "아무리 고민해 봐도 이번달엔 도무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 같다"면서 "일단 상추보다 알배기 배추를 많이 내놓는 등 어떻게든 부담을 줄여보려 한다"며 한숨지었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본격적으로 시작된 장마와 여름 휴가철 수요 증가로 인해 상추와 돼지고기 등의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적상추 100g 상품 소매가는 1607원으로 한 달 전(670원)보다 139.9% 뛰었다. 평년 가격(1019원)보다도 57.7% 높다. 평년가는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이다.
적상추를 비롯한 엽채류(葉菜類) 가격은 최근 동시에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시금치 1kg 상품 상품 소매가는 8094원으로 1개월 전과 평년 대비 각각 91.9%, 32.6% 비싸다. 배추 소매가는 4217원으로 87.1%, 50.0% 높다.
엽채류는 다른 작물에 비해 강우량이나 일조량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많이 온 뒤에는 수확에서 유통에 이르는 작업 여건이 악화될 뿐 아니라 병충해 노출 위험까지 커지면서 시세가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경기 양평군에서 상추 농사를 짓는 박모(64ㆍ남)씨는 "상추는 저온성 작물이라 원채 여름철 수확량이 적은데 너무 덥고 비도 많이 와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며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수요는 점점 늘고 있는데 시장에 내놓을 물량은 없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상추와 찰떡궁합인 돼지고기 삼겹살은 피서객들이 너도나도 찾는 가운데 비싸졌다. 지난해 7월 이마트의 삼겹살 평균 가격은 100g 2060원이었으나 올해는 21일 현재 23.7% 오른 2550원에 판매되고 있다. 홈플러스에선 지난해 7월 평균 판매가가 1940원이었던 삼겹살이 21일 현재는 23.2% 오른 2390원이다. 롯데마트에서도 같은 날 판매가는 지난해 7월 평균가보다 23.7% 뛴 2550원이다.
얼마 전 친구들과 여름 휴가를 다녀온 최성제(32ㆍ남)씨는 "삼겹살, 상추 등이 비싸 넉넉하게 사지 못했다"면서 "펜션에서 친구들끼리 서로 '이거 금(金)겹살이니 아껴 먹어라'고 눈치 줬다"며 씁쓸해 했다.
이 밖에 같은 기간 양파(1kg 상품ㆍ1936원)는 1년 전보다 29.0% 올랐다. 평년 가격보다는 16.8% 높다. 평년보다 마늘(깐마늘 1㎏ 상품ㆍ9533원)은 14.9%, 풋고추(100g 상품ㆍ1042원)는 21.0%, 당근(1kg 상품ㆍ3210원)은 10.1% 비싸다. 수미 감자 100g 상품 소매가는 267원으로 평년보다 19.7% 높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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