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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노새 같은 일자리정책 될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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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고 가진 사람들 모여봐야 불임정책만 나온다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요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면 독이 깨질까 염려된다.

박성호 경제부장

박성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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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장수셈'이란 옛말이 있다. 옹기장수가 길에서 독을 쓰고 잤다. 꿈에 큰 부자가 돼 좋아서 뛰었는데 막상 꿈을 깨고 보니 독이 다 깨져 있더라는 이야기다. 실현가능성이 없는 허황된 계산을 하거나 헛수고한다는 의미다.
일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살펴보자. 노동계는 전체 근로자의 45%가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자총연합회는 비정규직이 15%에 그친다고 한다. 정부기관인 통계청은 33%라고 발표했다.

기간제와 파견직원, 대기업의 하도급업체 직원 고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비정규직 비중이 무려 30%포인트 차이가 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직업의 안정성을 높여주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대의가 옳다고 과정을 비약할 수는 없다. 과정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기준이 필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대의에 취해있다.

서로 다른 산을 바라보며 애써 정상에 올라봐야 각기 다른 산꼭대기에 서서 상대방에게 삿대질을 할 게 뻔하다. 국내적으로라도 명확한 비정규직 기준을 먼저 세우고 정규직화 대상 및 방법 등을 논해야 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 확대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도 도긴개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공무원에는 공공기관과 공사, 정부기관과 계약하는 모든 비정규직, 사립학교 중 정부지원을 받는 교직원, 군인 까지 포함된다.

우리 공무원 통계는 그렇지 않다. 2015년말 공무원 정원이 약 102만명이라고 하는데 OECD기준으로 따지만 2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노량진 고시촌을 찾아 "OECD 국가 전체 고용 가운데 정부와 공공비율이 21.3%인데 우리나라는 7.6%에 불과하다"며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인력 확대를 약속했다.

그 결과가 일자리 추경으로 공무원 수 늘리기다. 기준이 불명확하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정책이 추진된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 역시 노사정의 치열한 토론과 합의 과정을 빼 놓은 채 보기 좋은 곶감만 빼먹듯 한다.

1951년 스웨덴 사민당은 연대임금제를 시행했다. 자본가와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의 담합이나 갑질이 중소기업의 근로자, 비정규직의 임금을 착취하고 있다는 전제했다.

그래서 노사가 중앙교섭을 통해 동일업종 내 저임금 기업의 임금상승을 촉진하고 고임금 기업의 임금상승을 억제해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인 것이 연대임금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도 역시 연대임금제도에 뿌리를 둘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논의나 합의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에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권력이 사실상 무소불위이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설득 노력 없이 비정규직 차별을 줄이겠다는 건 공부 안하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겠다는 탐욕이다.

독장수셈을 벗어나려면 다양한 사고를 가진 이들로부터 폭 넓고 현실적인 논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 북 치고 장구 쳐봐야 결론은 뻔하다.

새 정부에서 속속 드러나는 부처 수장과 참모들의 구성을 보면 근연종 집단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근연종은 생물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집단단위로 당나귀와 말이 대표적인 예다.

수컷 당나귀와 암컷 말이 교배하면 노새가 나온다. 근연종간 잡종은 생식능력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새 정부가 경제정책에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큰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지금부터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해 다양하고도 치열한 논의와 토론을 해야 한다.

정부는 비슷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 대화하기 편한 사람들과 자리하는 걸 삼가고 불편한 사람들과의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 그래야 불임을 면할 수 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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