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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평창, 평양 그리고 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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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까지 배웅을 나갔다.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표시하기 위해 그은 노란선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청와대로 돌아갔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평양에 따라가 회담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후 이미 미국을 2차례 다녀왔기 때문에 미국 보다 먼저 북한에 가지는 못하지만 재임 중에 한번은 평양에 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참모들 역시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본다. 문 대통령이 ‘운명’에서 “지나고 보니 역시 아쉬운 게, 남북정상회담이 좀 더 빨리 이뤄졌어야 했다”고 한 점에 비춰보면 정상회담 추진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새해 첫날 평양에서 날아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문 대통령의 평양행과 결부시키는 건 섣부른 생각일 수 있다. 김정은의 본심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변덕을 부릴지 알 수 없다. “김정은의 신년사는 한국과 미국을 멀어지게 하려는 단순한 목적”이라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그리고 있는 로드맵대로 첫 발을 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적지 않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변곡점으로 삼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화해 무드를 조성해 북한 핵 미사일 문제도 풀고 나아가 남북정상회담도 하겠다는 것이다. 평양으로 가기 위한 출발선이 평창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평양을 가면서 외면하지 않아야 할 곳이 있다. 평택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문 대통령은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를 직접 찾아 환대했다. 해외에 있는 미군기지 중 최대 규모로 건설 중인 캠프 험프리스가 예정대로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정은이 북한·핵 미사일 문제 해결의 전제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 내지 축소를 요구하게 되면 캠프 험프리스의 운명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교수는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한미동맹에 과도하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양과 평창, 평택은 모두 평평하고 고르다는 뜻을 가진 ‘평(平)’자가 들어간다. 문 대통령이 새해 소망 두 가지 중 하나라고 밝힌 평화(平和)에도 같은 글자가 들어간다. 문 대통령의 새해 소망이자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인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평창과 평양 못지않게 평택도 중요하다. /정치부 차장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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