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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미투(Me too)가 바꿔놓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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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요즘 같은 때 대부분의 20~30대 남자들은 알아서 다들 조심해요. 그동안 성희롱 일삼던 높은 자리에 앉은 분들은 다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이잖아요. 잘못은 그들이 하고, 왜 눈총은 우리가 받아야 하는거죠?"

날로 확대되는 '미투(Me too) 운동'의 끝이 어디일까 이야기를 나누던 후배는 진심으로 억울한 표정이었다. 적어도 남녀 평등한 교육을 받아왔고, 사회에 나와서는 여성 상사와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으며, 육아나 가사도 절반은 부담할 의지가 있는 이 젊은 세대는 우리사회에 여성에 대한 성적 차별과 폭력이 분명히 존재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비난의 화살이 남성 전체를 향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쾌하다고 했다.
오랜 악습의 공범으로 몰리는 듯한 최근의 사회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움츠러든다는 이도 있었다.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잠재적 범죄자'가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자기보호 본능에 '펜스룰'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도 했다. 이쯤되니 과거 '여혐' 논란처럼 자칫 미투 운동이 남녀 갈등을 부추길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올해 대학가 신입생 환영회에선 학생들 스스로가 과도한 술자리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회사 상사들은 불필요한 회식 자리를 줄여가고 있다. 공연이나 광고업계마저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 구설수에 오를까 확인하고 또 검토한다고 한다.

검찰과 문화예술계에서 시작된 미투 물결이 정치권, 의료계, 대학 등을 거쳐 아직 잠잠한 듯 보이는 공공부문, 교육계, 체육계 등에선 더 기함할 일들로 폭로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도 나온다. 어떻게 지금껏 우리 주변에서 이같은 권력형 성폭행·성추행이 만연했는데도 그리 오랫 동안 드러나지 않았는지 실로 참담할 지경인데, 그 와중에 각종 정치적 이슈몰이로 변질되는 사안들까지 면면히 들여다 보자니 매일매일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다소 급박하게 진행됐지만, 이쯤되면 우리사회의 미투 운동은 캠페인을 넘어서 거대한 사회운동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가해자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동시에 피해자들의 상처를 회복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들이 취해지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 전반의, 그리고 개개인의 그릇된 의식과 제도, 문화들이 차차 바뀌어 나갈 것이다. 차마 아이들 보기 민망하고, 개탄스럽지만 이렇게 감춰져 있던 잘못된 과거들이 하나하나 들춰지고, 응당한 대가를 치르다 보면 세상은 분명 달라질테다.

사회부 차장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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