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세가 된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운동을 보면서는 또 다른 의미에서 감탄, 아니 탄식하게 된다. 최고의 사회적 권력 기관인 검찰의 한 여검사가 미투 캠페인의 문을 열 때만 해도 충격적이었다. 대외적으로 엄청난 힘을 가진 엘리트들의 집단 내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과 왜곡된 시선은 여전하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났다. 이후 고매한 인품과 예술적 감성을 소유했다고 '믿어지는' 문단ㆍ연극계 등 문화계로 번지더니 급기야 차기 대선 유력 후보와 관련된 메가톤급 폭로가 나왔다. 한동안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김어준씨 등에 대한 일부 허위 폭로는 혼란을 부추기는 한편 미투 캠페인의 진정성과 가치를 훼손시킨다. 최영미 시인의 '일부를 가린' 폭로도 의문이다. 왜 그녀는 본인의 글과 입으로 '고은'이라는 말을 내뱉지 않는 걸까. 두 번째 폭로에서 내놓은 '서울 종로구 한 술집'이라는 표현도 그렇다. 해당 술집 여주인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며 근거를 내놓으라고 반박하지만 최 시인의 반응은 아직 없다. 여기에 피해자가 신원을 드러낸 후 발생하는 2차 피해 문제도 심각하다. 가해자가 아닌 그 가족들에게 조차 떼로 몰려가 언어폭력을 퍼붓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미투 캠페인이 우리 사회의 성평등을 촉진하고, 아직 남아 있는 권위주의ㆍ권력 남용ㆍ갑질 등의 고질적인 악습을 철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허위ㆍ장난이나 의도가 엿보이는 식의 폭로는 지양해야 한다. 진실에 입각한 사회적 공론화, 2차 피해 예방이 필요하며 지나친 연좌제식 공격 등은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 수백년간 유럽ㆍ서구 사회를 부러워하기만 하던 한국 사회가 앞서 나갈 수 있는 역사적 계기로 만들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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