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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경찰 수사권 독립, 솔직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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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2011년 10월 미국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연방 하원의원이 경찰에 체포됐다. 연좌시위가 금지된 곳에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시위를 벌였다는 것이 이유다.

당시 그 소식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화젯거리가 됐다. 국내 언론들은 체포된 하원의원이 10선의 경력을 자랑하는 거물이었지만 경찰이 수갑까지 채워 연행했다 면서 “특혜 없는 법집행”이라고 추켜 세웠다. 심지어 “이것이 선진국의 비결”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이런 기사가 나가자 신이 난 것은 경찰이었다. 어떤 경찰 간부는 기자들을 모아놓고 “미국에서는 사전허가 없이 데모하면 현장에서 잡아가둔다”면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해야 하니까, 언론도 앞으로는 과잉진압이니 어쩌니 하는 기사는 쓰지 마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경찰관의 주장은 틀렸다. 미국에도 집회 사전신고 제도가 있긴 하지만 사전허가 제도는 없다. 만약, 경찰이 신고된 집회를 금지시키려면 법원의 금지판결을 받아야 한다.(우리나라는 반대로 경찰의 시위금지를 풀기 위해 재판을 해야 한다)
그러니 신고된 장소를 좀 벗어났다고 해서 잡혀가는 일도 당연히 없다.

설령 잡혀간다고 해도 한국처럼 며칠씩 붙잡혀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한 즉시 치안판사에게 데려가야 하고, 대부분의 경우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다. 풀려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2~3시간을 넘지 않는다.
사실 한국처럼 경찰이 피의자를 쉽게 체포·구금할 수 있는 나라도 드물다. 영장 없이도 최대 48시간까지 피의자를 구금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장기 3년 이상의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이 들기만 하면 법원에 갈 필요도 없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할 수 있다.

우리 형법에선 대부분의 범죄에 대해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경범죄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사건에서 긴급체포가 가능하다. 유일한 통제 장치가 있다면 '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 뿐이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에 따르면 이런 제도가 있는 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는 한국과 일본 정도 뿐이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긴급체포를 없어져야 할 제도로 꼽는데 이견이 없었다. 체포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마구잡이로 잡혀간다는 지적도 있었다. 2015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긴급체포된 피의자 10명 가운데 4명은 영장청구 없이 석방했고, 영장이 청구된 경우도 20%는 기각됐다.

인권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1987년 남영동에 잡혀가 물고문 끝에 숨진 박종철도 바로 긴급체포의 희생자였다.

그런데 일부 보도에 따르면 없어져야할 제도인 긴급체포가 앞으로 더 확대될 수도 있는 모양이다. 법을 고쳐 유일한 통제장치였던 ‘검사의 승인’ 절차마저 없앤다는 것이다.

당황스러운 것은 경찰들이 그걸 ‘수사권 독립’이라 부른다는 점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더니, 검·경 싸움에 시민들의 인권이 터지게 생겼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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