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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 평화는 北·美 선수 악수에서부터

최종수정 2018.02.13 10:21 기사입력 2018.02.09 13:10


[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미국 팀이 온 것 같다." 지난 3일 가족 여행차 방문한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 스키장에 도착하자 마자 들은 이야기다. 설마했지만 사실이었다. 최고난도 슬로프에 스키 경기용 기문이 꽂혀 있었다. 정상에는 동계올림픽 훈련 중이니 출입을 금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슬로프는 스키 훈련을 위해 단단히 얼려져 있었다. 복장을 보아하니 미국팀이 분명했다. 이 곳에서 미국 선수들은 금맥을 사냥하기 위한 훈련에 열중했다. 일부 선수들은 마치 제집인냥 스키장 내 식당 옆 바닥에 드러누워 쉬기도 했다.

며칠 뒤 북한 알파인 스키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 등장했다. 행색은 초라했다. 한국에 온 후 받은 스키장비는 낯설었고 경기장은 어색했다. 실력도 부족하다. 경기 관계자들이 다치지 않고 완주를 바라는 상황이다. 그래도 전세계에서 온 스타급 선수들 대신 북한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핵과 미사일을 놓고 극한 대립을 하던 북한과 미국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경쟁을 하고 있다. 북한은 동계올림픽 참가와 응원단, 예술단 파견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받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입을 빌려 북한이 올림픽을 납치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미국은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대표단을 꾸리고 평창올림픽을 자신들의 잔치로 만들려 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군사력에서 뿐 아니라 스포츠 경기력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동계올림픽은 특히 그렇다. 린지 본, 미케일라 시프린, 숀 화이트. 실력은 물론 명성만으로도 금메달 후보다.

미국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는 수백억원의 수입을 포기하고 슈퍼볼 경기 광고를 통해 대표팀 선수 5명 면면을 소개하는 광고까지 내보냈다. 자칫 북한 이야기로 가득한 올림픽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했다.
이에 맞서는 북한의 선수들과 응원단, 예술단은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비대칭전력이다. 마치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에 맞서는 핵과 미사일과 같은 역할이다. 화제성은 단연 최고다. 동계올림픽의 꽃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빠진 자리를 북한 선수들이 메운 꼴이다.

9일 올림픽 개막과 함께 북미 대결도 시작됐다. 알파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 종목에서 북미 대결이 펼쳐진다. 과거에는 남북대결이 화제였지만 북핵사태로 인해 북미대결이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올림픽 북미 대결은 스포츠에 그치지 않는다. 북미의 올림픽 외교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펜스 부통령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방한을 결정하자 북한은 사실상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까지 보냈다. 그야말로 맞불 전략이다. 그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 인사와의 만남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선수들마저 그래야 할까.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다. 올림픽은 평화의 무대다. 그게 올림픽 정신이고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주어진 숙명이다.

두 나라 선수들이 경기장이나 숙소에서 만나더라도 얼굴 붉히지 않고 악수를 나눴으면 한다. 같이 사진도 찍는다면 더 좋을 게다. 각자 나라를 대표해 경기하고 그 후에는 올림픽인으로 우정을 나눠야 한다. 작은 행동에서 부터 평화는 시작된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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