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통계는 실망스럽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5.6% 감소한 4970억달러로 예상된다. 지난해(-8.0%)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다. 수출로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수출이 2연 연속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도 1957~1958년 후 근 60여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잘 나가던 '수출 한국호'가 고장 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의 수출이 어쩌다 활력을 잃고 노쇠현상을 보이는가.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부족을 들 수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성장률이 연 6%대로 둔화된 데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경기도 부진하다. 한국 수출산업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의 비중이 높아 경기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동차, 휴대폰 등 주요 품목의 해외생산이 늘고 중국 등의 추격과 선진국의 견제로 수출 길은 갈수록 막히고 있다. 수출에 대한 관심 감소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에 반발해 중국이 취하고 있는 유무형의 장벽 등 한국 수출 여건은 악화일로다. 그런데도 민관 합동으로 수출전략을 짜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무역투자진흥회의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무기 연기됐다.
국내 정치 문제는 물론 대단히 중요하다. 헌법질서를 바로 세우자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동시에 경제, 수출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대외 여건상 내년 수출전망은 더 암울하다. 수출이 올해보다 감소하지 말란 법이 없다.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이 부진하면 성장률이 하락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금리 인상 등으로 내수가 침체되고 부동산이 침체되는 데다 수출이 감소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국회의 책임이 가장 막중하다. 국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감사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처리 등을 해야 하는 운명의 한 주를 맞이했다. 국회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제위기가 더 심화될 수도, 혼란 시기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도록 철저히 조사해 기업이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수출을 늘리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온 국민의 시선이 이번 주 내내 국회로 쏠릴 것임도 잘 알 것이다. 모든 것은 국회의 결단에 달렸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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