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 않은 날씨 중에도 동해안과 남부지방의 폭설로 많은 피해가 있었다. 특히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의 강당 붕괴로 인한 대학 신입생들의 참사는 학생들의 부모는 물론 자녀를 둔 국민들의 마음을 한동안 먹먹하게 만들었다. 경찰의 조사로 볼 때 사고 원인은 설계, 감리, 시공의 총체적 부실로 보인다. 1995년 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동일하다. 이런 종류의 사고가 발생하고 사고 이유가 건축 관련자에게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송구함과 답답함이 겹쳐진다. 조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일들이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기에 예방 차원에서라도 전문가의 입장에서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짚어본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기 전, 그리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기 전, 다리와 건물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많은 신호를 보냈다. 성수대교 설계 때 한도 중량을 한참 초과한 덤프트럭이 수도 없이 지나다닐 것으로 가정하지 않았고, 삼풍백화점 옥상엔 그렇게 무거운 냉각탑ㆍ실외기ㆍ환풍기가 설치될 것으로 가정하지 않았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과도한 무게를 지탱하게 될 때 구조물은 피로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피로강도가 높아질 경우 균열의 크기는 확대된다. 사람도 과로하면 병이 걸리고 병이 걸리면 치료가 필요하듯 구조물도 지속적인 관리와 보강이 필요하다. 건물도 교각도 생애주기 전체를 보면 신축공사비보다 유지 관리비가 더 많이 드는 것이 선진국의 예다.
해마다 각종 기후 데이터가 기상관측소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제까지 가정했던 수치들을 넘어서는 것이다. 신축하는 구조물들은 이런 기후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지으면 된다. 그러나 기존의 구조물들이 극심해진 기후 상황에 안전할 것이란 생각은 전혀 옳지 못하다. 경주리조트 강당 붕괴 사고의 1차적 책임은 건물을 설계하고 공사한 건축관련자들에게 있다는 조사내용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이필훈 포스코A&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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