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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박근혜 대통령과 '바보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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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모레 취임 2주년을 맞는다. 박 대통령은 2년 전 "국민 한 분 한 분의 행복과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망"이라며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집권 2년은 국정 목표의 실천 기반을 확고히 하는 기간이다. 완성된 모습은 아니어도 대통령이 공약한 '통합의 대한민국'과 '국민 행복'의 윤곽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는 게 정상일 터다. 박 대통령의 2년은 그러한가.

국민의 답은 '아니오'다. 한국갤럽의 2월 둘째 주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한 국민은 30%에 불과했다. 부정 평가가 62%로 긍정 평가의 배가 넘었다. 그나마 1월 넷째 주와 2월 첫째 주의 29%보다는 1%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 어떤 악재에도 40%대 아래로는 떨어진 일은 없었던 걸 생각하면 참으로 초라한 지지율이다. 국민으로부터 형편없는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리더십 부재, 불통과 인사 실패, 정책 혼선 등으로 인한 국정 표류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무능과 관피아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안대희, 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의 연쇄 낙마에 이어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 등이 불거졌다. 올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의 인적쇄신을 '거부'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촉발된 증세 논란에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 건강보험료 개편 백지화에 따른 혼선까지 빚어졌다. 경제 활성화의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 점도 부정적 평가에 한몫을 했다.

정권의 힘은 민심에서 나온다. 민심이 떠나면 대통령의 힘은 급속히 약화하고 권력누수 현상, 이른바 '레임덕(Lame Duck)'과 맞닥뜨리게 된다. 직접적인 원인은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권력의 부패다. 차기 정권 창출을 둘러싼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의 다툼도 한 요인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정권에 등을 돌리는 것이 가장 무섭다. 지지율 추이로만 본다면 이미 레임덕의 그림자가 박 정권 어귀에 다다른 셈이다. 이래가지고는 국민행복도, 경제혁신도, 4대 부문 개혁도 온전히 수행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강한 추동력을 갖고 국정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소통, 인사, 정책의 3요소를 잘 구현해야 한다. '불통'의 박 대통령이 최근 새누리당 지도부에 '당정청 정책조정협의체'를 제안한 것이나 '우문현답(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강조하며 전통시장과 어린이집 등 민생현장을 찾은 것 등은 소통 강화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아 평가하긴 이르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를 택한 것 자체는 높이 살 만한 일이다.
소통은 물론 인사와 정책도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민 인식과 동떨어진 독단적 인사와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결코 박수를 받을 수 없다. '반쪽 총리'라는 오명을 듣게 된 이완구 국무총리와 친박계 의원 두 명을 장관에 앉히는 등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진 '2ㆍ17 개각'이 그렇다. 쇄신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 인사였다. 그나마 김 비서실장의 경우 '사의를 수용했다'는 말로 넘어가며 청와대 개편은 미뤄 놨다.

박 대통령은 왜 국민 바람과는 어긋난 길을 가는 것일까. '바보의 벽'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리더가 '내 생각이 틀릴 리 없다'는 오만과 아집에 빠져 '듣기 싫은 말에는 귀를 막아버리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면 그 조직은 기대할 것이 없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남은 3년, 진정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면 지금 당장 스스로 자신과 국민 사이에 쳐놓은 벽이 없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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