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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비전문가 손에 놓인 통신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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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정부의 통신비 인하안이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통신비 인하안 발표는 지난주 예정됐으나 '(정부안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는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한마디에 연기됐다.
이번 주 관련업체와 소비자들의 눈귀는 이 의장에 입에 쏠려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안을 새로 마련, 당정협의에 나설 것이고 여기에서 이 의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심사다. 이 의장이 이번 통신비 인하안의 열쇠를 쥔 셈이다.

통신비 중 기본료 인하안을 놓고 크든 작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인사는 5명이다. 이 의장 외에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업계와 여당 사이에서 고민하는 발언을 하고 있고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석채 KT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기본료 인하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여당 정책위 의장, 통신시장의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투자를 고민하는 업계 최고경영자(CEO)가 맞붙어 있고, 정책입안자인 방통위가 고민하는 형국이다.
영향력을 감안할 경우 여당의 입김이 단연 우세다. 당정협의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 의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위원장마저 눈치를 보고 있다. 통신업체의 경우 메아리에 그치기 일쑤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개개인의 전문성이 영향력과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SK텔레콤 하 사장, KT 이 회장, LG유플러스 이 부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통신 전문가들이다. KT 이 회장, LG유플러스 이 부회장은 정보통신부장관을 지내며 대한민국을 통신강국의 반열에 올려놨다. SK텔레콤 하 사장은 SKT를 최고의 통신기업으로 키워놨다.

기자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을 거쳐 지난 2008년 3월 제1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오른 최 위원장도 방송통신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CEO의 전문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통신업계를 3년 이상 이끌어 온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반면 영향력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갖고 있는 이 의장의 경우 통신분야에는 문외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1978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로 활동하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통신 관련 업무는 해본 적이 없다. 국회에서도 정책위 수석위원장,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통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활동했다.

비전문가의 영향력이 가장 세고,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메아리에 그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다. 비전문가 이 의장의 말 한마디는 통신요금인하안 마련을 위해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의 2개월 노력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시장 상황을 파악해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 의장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안에 대한 평가 없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까지 통신비 인하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에게 국민 부담 경감 외에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입자마다 기본료 1000, 2000원을 덜 내는 혜택을 누릴 것인가? 든든한 미래투자를 통해 통신강국의 위치를 유지해 나갈 것인가? 질문 자체가 우문이다.

이번 통신비 인하 발표를 앞두고 이 의장 등 여당은 통신미래보다는 국민 부담 해소만을 내세우고 있다.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언제까지 비전문가에게 통신비 인하의 열쇠를 맡길 것인가. 통신한국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노종섭 기자 njs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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