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5대 인사 원칙을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을 향한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국무총리 후보부터 여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5대 원칙은 유명무실해지고 있습니다.
나랏일을 맡길 사람을 발탁하는 문제는 시간에 쫓기거나 제한된 인원에 국한돼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이 하나의 당을 대표해서도 안 됩니다. 거국적이고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서 활용하는 자리입니다. 실로 막중한 일이 인사인 것이죠. 인사가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위정자는 평생 몸을 닦고 적재적소에 누구를 등용할 것인가를 언제나 눈과 귀를 열어놓고 거국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둘째 대통령 본인의 인기나 여론의 향배를 너무 의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의 생리상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은 어쩌면 태생적 한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학구도하에서도 국민을 화합시키고 하나로 단결시키는 참다운 지도력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정치력을 발휘할 우선순위를 정말 신중하고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여론의 눈치 볼 것 없이 국민을 상대로 소통하고 대화하고 토론해서 공론화시켜 그곳에서 추동력을 얻어야 합니다.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거와 다름없이 참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엘리트들의 삶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투영된 자화상을 마주한 느낌입니다. 그들의 모습은 부끄럼을 넘어 이제 우리 모두에게 사회와 국가를 이끌어갈 지도자 그룹의 참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다고 봅니다. 점점 투명해지는 세상에서 세상을 이끌 지도자들은 도덕성이 결여돼서는 안 된다는 만고의 가르침이죠.
부끄러움이 커갈수록 옛 어른들의 원칙 있는 올곧은 삶이 새삼 그리워짐은 비단 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성인도 실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일반인의 삶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러나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잘못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소인(小人)과 대인(大人)의 갈림길입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스스로 인정하고 철저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고쳐 가면 그것이 대인의 삶이요, 잘못을 저지르고도 변명하기 급급하고 꾸미기 여념이 없으면 소인의 삶인 것입니다. 그러니 대인의 삶은 명백하기가 일월(日月)과 같고 소인은 스스로를 속이는 데 익숙해져 사람이 점점 비굴해집니다. 그것을 어떻게 속일 수 있겠습니까?
김덕수(정산ㆍ鼎山)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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