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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토마스 제퍼슨과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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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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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1826)은 미국의 3대 대통령을 지냈지만,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최초의 '와인 감정가(Connoisseur)'로 더 알려져 있을 정도로 와인에 대한 안목과 애정이 대단했다. 청년 시절부터 스승인 '조지 위스(George Wythe)'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와인을 접했으며, 1785년부터 프랑스 주재공사로 근무하면서 외교적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보르도, 부르고뉴, 론, 피에몬테 등 명산지를 방문하고 시음한 와인의 특성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특히, 보르도의 레드와인 중에서 마고(Margaux), 라투르(Latour), 오브리옹(Haut-Brion), 라피트(Lafite) 네 곳의 와인을 최고의 것으로 선정하는 심미안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프랑스에 있을 때는 고급 와인을 미국으로 보내고, 백악관에 있을 때도 연간 600병의 프랑스 와인을 주문했다. 당시는 오크통에 담긴 와인을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오크통의 와인에 물을 타는 수가 많아서 제퍼슨은 꼭 왁스로 밀봉한 병에 들어 있는 와인을 선호했다고 한다. 최근에 밝혀진 것을 보면 그는 보르도 와인뿐 아니라 샴페인, 마데이라, 말라가, 라인, 소테른, 셰리, 샹베르탱, 화이트 에르미타주, 몬테풀치아노까지 다양한 와인을 주문했다. 1809년 퇴직할 때 미지불한 와인 값이 1만1000달러(현재는 15만8000달러)였고, 집에서도 1년에 400병을 소비할 정도로 와인을 좋아했다.
제퍼슨은 이렇게 와인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도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버지니아의 몬티첼로(Moncello)에 농장을 차리고 포도를 재배했다. 처음에는 미국 토종 포도를 재배하다가 나중에 유럽 포도를 들여와 재배했으나 매서운 미국 동부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필록세라 등 병충해 때문에 실패를 거듭했다. 지금도 몬티첼로에는 제퍼슨을 기념하는 포도밭이 있어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1985년 12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1787년산 '라피트(Ch. Lafite-Rothschild)' 한 병이 10만5000파운드(15만6450달러)에 팔렸다. 이 와인병은 입으로 불어서 만든 짙은 녹색 병이고 병구는 왁스로 밀봉돼 있으며, 상표는 붙어 있지 않고 병에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소유라고 밝히는 "Th. J." 그리고 "Lafitte"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리고 이 경매를 주선한 마이클 브로드벤트는 이 병을 유리 전문가에게 조사를 의뢰해 병과 새긴 글씨가 18세기 프랑스 스타일이라는 확답을 받았다.

이 와인을 낙찰받은 사람은 미국의 거부이며 '포브스'지의 사주인 맬컴 포브스(Malcolm Forbes)였다. 그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제퍼슨이 소장했던 와인이라면 자기가 구입해야 한다는 애국심으로 높은 가격을 불렀다고 한다. 토머스 제퍼슨의 이 라피트는 2007년까지 팔린 와인 중에서 가장 비싼 가격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나중에 이 병의 출처가 불명확하고, 토머스제퍼슨재단 측에서 이 병은 제퍼슨의 소유라고 볼 수 없다는 답변을 해 진위 여부 문제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라피트는 보르도 1등급 와인 중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며, 나치 독일의 2인자였던 괴링은 라피트를 혼자 따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삼기도 했다고 한다.
제퍼슨의 와인에 대한 사랑은 "와인에 사치품과 같이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는 국민의 건강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 "와인을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나라의 국민들은 술에 취하는 법이 없고, 독한 증류주가 값비싼 와인을 대신하게 된 나라의 국민들은 깨어 있는 법이 없다. 위스키의 해독제는 와인뿐이다"는 이 두 문장만 봐도 알 수 있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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