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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세족/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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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세족/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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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섬의 발을 씻어 준다
돌발톱 밑
무좀 든 발가락 사이사이
불 꺼진 등대까지 씻어 준다
잘 살았다고
당신 있어 살았다고
지상의 마지막 부부처럼
섬이 바다의 발을 씻어 준다.


■해 저물어 가는 마당 한 귀퉁이에서 제가 무릎을 꿇고 당신의 발을 씻어 드리는 까닭은 당신이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닙니다. 혹은 그 누구보다 귀해서거나 거룩해서가 아닙니다. 다만 당신이어서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녁이면 해가 지고 그 자리에 달이 뜨고 별이 뜨듯이 다만 당신이어서 제가 당연히 그리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소하나 제가 무릎을 꿇고 당신의 발을 살뜰히 씻어 드리는 까닭은 강아지풀이 최선을 다해 바람을 그리워하듯 그렇게 다만 당신이어서 제가 오늘을 다해 "마지막"으로 이루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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