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늘에서 별을 많이 찾기 어려움은 공기가 탁하고 지상에 밝힌 조명이 지나치게 밝기 때문이겠지만 내 눈이 흐림도 한 몫 하리라. 시원한 별빛이 한꺼번에 쏟아질 것 같던 어린 날의 밤하늘은 다시 보지 못한다. 스칸디나비아를 여행할 때 기대를 걸었지만 백야 무렵이어서 은하수 보려던 꿈을 접어야 했다. 다만 북두칠성은 지금도 잘 보인다. '큰곰자리'라는 서양식 이름에 밀렸으나 우리는 아직도 이 별자리를 '국자 모양'이라고 설명한다.
꿈이나 기억 속에 저장되어 갈수록 어렴풋이 잊히는 것은 별뿐이 아니다. 또한 그럴수록 기억의 저장고에는 지켜야 할 보물이 늘어간다. 내게는 고등학교 2학년일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목소리와 뒷짐을 지고 앞장서 걸을 때 보이던 그의 발그레한 손바닥, 어린 내가 배앓이를 할 때 '쎄쎄'를 해주던 어머니의 손길이 먼 우주로 떠난 보이저 호에 실린 인류의 메시지처럼 각인돼 있다. 기억은 때로 현재의 감각에 매몰되어 재생 불가능한 소스가 된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에는 오스만의 전통 화풍인 세밀화에 대한 설명이 자주 나온다. 오스만의 화가들이 베네치아 회화라는 서양의 화풍과 세밀화의 전통 사이에서 갈등하는 대목은 실감 난다. 화원장 오스만이 황금 바늘로 자신의 눈을 찔러 시력을 잃는 장면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련하지만 또한 위대한 화원장은 시력을 버림으로써 내면에 간직한 세밀화의 전통을 봉인한다. 시대마다 인간에게는 보고 지켜야 할 가치가 따로 있다.
Nessun dorma, Nessun dorma! (잠들지 말지어다, 잠들지 말지어다!)
문화부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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