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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동탁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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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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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문고전연구소에서 낸 '중국인물사전'은 동탁(董卓)을 일컬어 '사리사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동한(東漢) 말기의 권신(權臣)'이라고 했다.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에서 의붓아들 여포와 초선이라는 미녀를 놓고 서로 다투고, 사람을 마구 죽이는 악인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러한 형상은 역사 기록 속의 동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진수는 정사(正史)라고 할 '삼국지'에서 "탐욕스럽고 모질고 잔인하여 … 글자로 나타낸 뒤로 이러한 자는 없었을 것"이라고 평하였다. 동탁이 관리들을 모이게 한 뒤 북지군(北地郡)의 항복한 포로 수백 명을 끌어다 혀와 손발을 자르고 눈을 뽑아 큰 가마솥에 삶게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떠는 가운데 태연하게 술과 밥을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동탁은 한창 때 권세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조정을 장악해 소제를 폐위시키고 헌제를 옹립한 뒤에 상국(相國)이 되어 전횡했다. 황제를 만날 때는 칼을 차고 신을 신은 채 궁에 들어갔다. 그는 192년 여포에게 목숨을 빼앗겼다. 여포는 왕윤, 사손서 등과 함께 암살을 모의하여, 동탁이 헌제를 만나기 위해 미앙전(未央殿)에 갔을 때 이숙 등을 시켜 살해했다.

이문열이 쓴 '삼국지'에 이런 대목이 보인다. "동탁은 원래 살찌고 기름진 몸이었다. 비록 목이 잘린 시체가 되었으나 몸의 기름기까지 빠져나갈 리 없었다. 시체를 지키던 군사 하나가 심지를 배꼽에 박아 불을 켜니 그 기름기가 흘러내려 땅을 적실 정도였다." 고우영이 만화로 그린 '삼국지'에는 "인간 촛불은 50일 동안이나 꺼지지 않았다"고 나온다.

삼국지의 기록이나 표현을 근거로 동탁이 당뇨, 혈압, 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을 앓았을 것이며 살해되지 않았다면 뇌경색이나 뇌졸중, 심장질환 등으로 사망했으리라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다. 동탁이 죽었을 때 쉰세 살이었니 각종 성인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큰 나이다. 배에 들어앉은 지방은 피하지방 아니면 내장지방(가능성이 크다)인데 어느 쪽이든 건강에는 이롭지 않다.
내과의사 조홍근은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라는 칼럼에서 당뇨병을 일컬어 '뱃살과 허벅지의 전쟁'이라고 했다. 그는 "배가 많이 나왔는데도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허벅지가 굵다. 허벅지가 건재하다면 당뇨병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시간문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빠지고 뱃살은 불기 때문에 결국엔 뱃살이 이긴다"고 경고했다.

조홍근은 2형당뇨병(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혈당이 높아지는 경우로 주로 40세 이후에 나타나고 비만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의 유형을 ▶뱃살이 많고 허벅지는 가는 사람 ▶뱃살은 없지만 허벅지가 가는 사람 ▶허벅지가 굵지만 뱃살이 더 많아 허벅지가 뱃살에 패배한 사람으로 정리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 걸음이라도 더 걸어야 위험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남성의 불룩한 배는 '나잇살'이요 '인격'이었다. 남성다운 '뱃심'을 상징했다. 홀쭉한 배는 볼품없는 배, 초라한 배였다. 배는 언제부터 천덕꾸러기, 반드시 청산해야 할 핸디캡이 되었을까. 앞으로 몇 주, 배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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