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는 정사(正史)라고 할 '삼국지'에서 "탐욕스럽고 모질고 잔인하여 … 글자로 나타낸 뒤로 이러한 자는 없었을 것"이라고 평하였다. 동탁이 관리들을 모이게 한 뒤 북지군(北地郡)의 항복한 포로 수백 명을 끌어다 혀와 손발을 자르고 눈을 뽑아 큰 가마솥에 삶게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떠는 가운데 태연하게 술과 밥을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문열이 쓴 '삼국지'에 이런 대목이 보인다. "동탁은 원래 살찌고 기름진 몸이었다. 비록 목이 잘린 시체가 되었으나 몸의 기름기까지 빠져나갈 리 없었다. 시체를 지키던 군사 하나가 심지를 배꼽에 박아 불을 켜니 그 기름기가 흘러내려 땅을 적실 정도였다." 고우영이 만화로 그린 '삼국지'에는 "인간 촛불은 50일 동안이나 꺼지지 않았다"고 나온다.
삼국지의 기록이나 표현을 근거로 동탁이 당뇨, 혈압, 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을 앓았을 것이며 살해되지 않았다면 뇌경색이나 뇌졸중, 심장질환 등으로 사망했으리라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다. 동탁이 죽었을 때 쉰세 살이었니 각종 성인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큰 나이다. 배에 들어앉은 지방은 피하지방 아니면 내장지방(가능성이 크다)인데 어느 쪽이든 건강에는 이롭지 않다.
조홍근은 2형당뇨병(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혈당이 높아지는 경우로 주로 40세 이후에 나타나고 비만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의 유형을 ▶뱃살이 많고 허벅지는 가는 사람 ▶뱃살은 없지만 허벅지가 가는 사람 ▶허벅지가 굵지만 뱃살이 더 많아 허벅지가 뱃살에 패배한 사람으로 정리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 걸음이라도 더 걸어야 위험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남성의 불룩한 배는 '나잇살'이요 '인격'이었다. 남성다운 '뱃심'을 상징했다. 홀쭉한 배는 볼품없는 배, 초라한 배였다. 배는 언제부터 천덕꾸러기, 반드시 청산해야 할 핸디캡이 되었을까. 앞으로 몇 주, 배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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