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ㆍ가정 양립에 대한 국가적 관심은 2007년 '가족 친화 사회 환경의 조성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도입된 가족친화인증은 2008년부터 시작돼 지난해 1828개 기업과 기관이 인증받았고, 올 3월부터 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가족친화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올해까지 2800개 기업이 가족친화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는 추진하고 있다.
서구에서의 일ㆍ가정 양립정책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도입해 발전해 왔다. 서구에서 1차 산업혁명 이후 300년 이상 일ㆍ가정 양립의 문제를 겪고 해결해 나가며 문화로 안착했던 것을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겪고 있어 일가족양립의 문화가 조성되기도 전에 다양한 문제와 이슈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서구와는 다르게 국가의 정책적 지원으로 가족친화정책이 필요하고 시작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여가부가 가족친화인증을 위해 중소기업에 집중하는 것은 일ㆍ가족 양립 문제 해결의 출발선을 같이 맞추려는 의미가 있다.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받은 후에 지속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제도를 만들고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문화를 만들고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문화조성을 위해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서는 기업에 컨설턴트를 파견해 기업의 문화를 진단하고 가족친화제도의 설계를 지원하고 있다. 일선에서 기업을 만나는 가족친화컨설턴트와 인증심사원들은 점점 달라지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가족친화 지원업무를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가족친화인증기관이기도 하다. 모든 직원이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휴직을 다녀온 직원들은 100% 복귀한다. 얼마 전 둘째 자녀 출산을 위해 휴가를 떠나는 직원이 인사를 하러왔다. 업무 공백 때문에 걱정이 되지 않느냐고 해당 부서장에게 말을 했더니 '1년만 기다리면 10년차 경력직원이 되어 돌아올 텐데 그게 더 기대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제도로 시작된 것이 문화로 꽃피운다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김태석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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