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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8시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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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삑삑삑삑, 삑삑, 삑삑'.

D건설의 기자실, 오전 7시50분에서 8시 사이 반드시 울리는 소리. 새벽 5시10분의 기상알람과 더불어 매번 같은 시간에 듣는 이것.
기자들은 대체로 소속 회사가 아닌 출입처의 기자실이나 특정 현장에서 일을 한다. 기자실 근무의 경우 기자실과 화장실 이외의 장소에는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는 환경이다. 때문에 처음엔 문밖에서 들려오는 이 '삑삑' 소리의 출처를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박자는 특정 패턴이 없고 불규칙하다. 멀리에서 다가오다 어느 순간 뚝 멈춘다. 분명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다. 소리가 반복되니 귀에 들어왔고, 한 번 귀가 트이니 신경 쓰였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결국 멀리서 소리가 다가오는 타이밍에 기자실 문을 열어 눈으로 실체(?)를 확인했다.

답은 기자실과 같은 층을 쓰는 사내 어린이집에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 소리가 나는 '삑삑이 신발'을 신은 어린이가 등원하는 풍경. 18개월 남짓한 아이는 아직 어려 걸음이 위태위태했고, 소리로 걷는 일에 흥미를 느끼는 표정이다. 그리고 엄마미소 발사.
그 이후로 삑삑이 어린이는 칸트가, 나는 그 이웃이 됐다. 소리가 들려오면 소파에 앉아 조간신문을 정독하거나 간단히 아침을 먹는 것을 멈추고 노트북이 놓인 자리로 돌아간다. 착석 후 10분 남짓 지나면 부서장들이 지면을 짜는 '데스크회의'가 종료돼 어떤 기사가 몇 매 분량으로 어디에 배치될지 정해진다. 이렇게 어린이의 신호(정확히 말하면 그 부모의 출근패턴이겠지만)에 맞춰 하루를 시작한 게 벌써 5개월여 전의 일이다.
머지 않아 이 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을 안다. 그맘 때 어린이는 발이 금세 크기 때문이다. 곧 잘 걷게 돼 신발은 제 소명을 다할테고, 한여름을 앞두고 고무재질 따위의 신발로 바뀌겠지. 이 소리는 끊기겠지. 익숙하면서도 날카롭게 도드라지는 그 풀피리 신호.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이게 뭐라고 사는 재미가 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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