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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나를 지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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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목숨을 내놓고 산다'라는 생각이 요 며칠 부쩍 든다. 마른하늘에서 아령이 떨어지고, 무면허 고등학생이 모는 차가 달려든다. 처음 보는 사람이 흉기를 휘두르는가 하면 믿었던 침대마저도 발암물질로 나를 배신한다. 언론을 통해 '최근에' 들은 소식만 해도 이런 지경이다.

개인적으로는 퇴근길에 이용하는 마을버스 안에서 자주 내 목숨을 신에게 부탁한다. '이것이 과연 대중교통이 다니는 길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데, 차선이랄 것도 없어서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차와 마주치면 버스는 순간 멈춘다. 워낙 경사진 곳이라 다시 전진하지 못하고 바퀴가 헛돌거나 오히려 뒤로 쭉 밀려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탑승객들은 '어어어'만 외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차가 버티는 데에 작동해야 할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지는 상황을 그린다. 어떻게 해야 내가 살 수 있는지를 머릿속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차가 실제로 추락한다면 그 방향은 6차선 대로변일 것이며 달려오는 차에 옆구리를 세게 받힐 것이다. 베테랑 운전기사도, 평소 눈여겨본 낙법도, 어딘가에서 본 웅크린 자세도 부상이나 죽음을 막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안다.
병원에서 주사나 링거제를 맞을 때도 그렇다. 어딘가 상한 약물이 잘못된 방법으로 투여되는 최악의 상황이 종종 걱정되지만, 현장에서 내가 만일의 사태를 피할 방법은 없다. 실제 얼마 전 병원 침대에 누워 간호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팔에 수액 주삿바늘을 찔렀다 뺐다 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만 했다. 혈관을 따라 들어가는 이것에 아무 문제가 없기를 바랄 뿐. 걱정이 과한 면도 있지만, 내가 그린 문제의 사건들은 실제로 드물게나마 일어났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나를 지킬 것인가. 뻔하게 들릴지 몰라도 유일하게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촘촘한 시스템'이다. 어느 영웅의 순간적 기지도, 숙달자의 훈련된 기술도 앞서 나열된 사고를 막지 못한다. 오로지 이중, 삼중의 안전망만이 필요할 뿐이다. 깊게 고민한 법, 조례가 그것이 된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우리가 기여할 첫 단계가 투표다. 다음 달 러시아월드컵에 우선해 13일 지방선거를 반드시 챙겨야 할 이유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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