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주의는 고대 법률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기원전 1700년 인류 최초의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同害報復)에 기초한 형벌법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는 당 시대의 가장 공정한 법이기도 하다. 눈을 다치면 눈만을, 이를 다치면 이만을 보복하라고 규정함으로써 확대재생산되는 폭력과 원한이 '과잉보복'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함무라비 법전이 없었다면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이전까지 자행돼 오던 무차별적이고 가혹한 사적인 복수로 응징이 계속 확대되는 악순환에 빠졌을 것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한쪽이 복수로 응징하면 다른 한쪽이 더 큰 복수로 맞대응하는 모양새다. 미국이 시작한 관세전쟁에 중국은 "미국에 관세 부과 명단이 있다면, 중국에도 역시 명단이 있다"며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양국의 셈법이 복잡하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과잉보복 억제 효과가 있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과는 차이가 크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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