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도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이들을 미꾸라지에 비유할 때가 있다. 수사와 재판의 ABC를 너무나 잘 알아서 쉽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이들은 특출난 능력을 지닌 범죄자뿐일까.
법조계에서는 그들을 일컬어 '법(法)꾸라지'라고 부른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원조격이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그의 현란한 개인기(?)에 검찰 칼날은 한없이 무뎌졌다. 최근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꾸라지 계보를 이었다.
지난해 11월6일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풍경은 국민적인 분노로 이어졌다. 우 전 수석은 검찰 출두에 주눅들기는커녕 언론을 깔보는 모습을 보여 입방아에 올랐다. 불편한 질문을 하는 기자를 향해 '레이저 눈빛'까지 발사했다.
1년이 넘도록 헛손질을 이어가던 검찰은 조롱의 대상이 돼야 했다. 지난 15일 드디어 반전이 일어났다. 검찰의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 끝에 우 전 수석이 구속됐다.
우 전 수석은 18일 구속 수감 이후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포승줄에 묶인 채 수갑을 찬 모습이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더니….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았던 권세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우병우 주연, 검찰 조연의 '법조 드라마'는 이렇게 막을 내릴까. 구속적부심 신청 등 변수가 남아 있기에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우병우의 운명'이 국민적 관심사가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특정인의 사법처리 여부는 두 번째 문제다. 그를 둘러싼 처리 과정을 보며 '법의 균형'을 앞세운 법조계의 민낯을 들여다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법꾸라지가 마음 놓고 흙탕물을 일으키는 세상이라면 누가 법 앞의 평등이라는 구호에 공감할 수 있겠는가.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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