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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일상적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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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민주주의는 진화한다. 어원을 들여다보면 이념이 아닌 시스템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효율성은 낮고 속도는 굼뜨다. 때로는 거꾸로 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그리스 아테네. 마지막 해외순방길에 오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첫 순방지인 그리스에서 했던 연설은 이랬다. 민주주의의 특질을 가장 장 표현한 연설로 평가받는다. "민주주의는 어느 한사람보다 위대하다. 민주주의가 느리고 실망스러우며 어렵고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서로의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소하고 이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대안보다 낫다."
오바마 연설대로라면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합의하는 방법과 절차를 의미한다. 태생적으로 무엇을 결정하든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이상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며, 때로 잘 못된 선택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통한 결정을 최고가 아닌 '최선'의 결정이라고 말한다.

새 정부가 추진할 정책을 두고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소득주도 성장을 실현하겠다며 추진하는 영세사업자 카드수수료 인하, 통신비 인하 등 정책에 혜택을 받은 쪽은 환영의 뜻을 전했지만 관련 기업과 사업자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의 자율성에 개입하는 '관치'가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규제산업이라는 일정한 진입장벽 안에서 성장해온 통신사가 '시장 자율성 침해'를 주장하며 반발하는 모습에 선 뜻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지만 시행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아 보인다.

교육정책은 더 하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슈는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지. 과도한 사교육을 조장하고 교육의 보편성을 훼손하는 대학입시 시스템의 정점에 있다며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주장하는 찬성론자와 교육의 획일성·하향평준화를 우려하는 반대론자들은 연일 거리로 나서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예상대로 '좌파정책'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공방의 수위가 높아지자 정부는 "과도기에 피해가 없도록 하면서 악순환 구조를 중장기적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언급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시작으로 속도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역시 결론이 어떠할 지 예측 불가다.
이뿐만 아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갈등에서 원전 건설 중단 논란까지 진행 중이다. 나아가 정치인들이 저 마다 막말을 내 뱉으며 옥신각신하는 모습부터 일터에서 노사가 대립하는 모습까지 일상적 민주주의는 복잡한 단면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데 민주주의 시스템이 바람직하게 작동하기를, 굼뜨더라도 최선의 결정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지 않을까. 그 모든 것이 예외 없이 각자의 몫이라는 점도 말이다.

다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소환한다. 그의 지난 1월 임기 마지막 주례연설. "우리는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소속 정파와 상관없이 시민으로써 일을 해야 한다. 선거가 있을 때, 작은 이해관계가 달렸을 때만 아니라 일생에 걸쳐 해야 한다." 비약적 진화와 발전은 없다. 그 여정에 건투를 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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