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중도금 납부시기가 지났거나 곧 도래하는 신규 분양 아파트 10가구 가운데 7가구 이상이 대출은행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확정한 곳도 분양 당시보다 부쩍 높아진 금리에 수분양자 부담이 한층 커졌다.
중도금이란 새 아파트 분양 시 초기 계약금 납부 후 5~6개월 가량 지난 시점에 내는 비용으로 통상 아파트값의 60% 가량을 몇 차례에 걸쳐 나눠 낸다. 시행사나 건설사가 대출은행을 알선, 아파트 계약자에게 집단대출을 일으키는 게 일반적이다. 가계부채 급증세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관리모드에 들어갔고 이에 은행권이 여신심사를 깐깐히 하는 등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분양단지마다 중도금 대출은행 찾기가 부쩍 어려워졌다.
대출은행을 찾지 못한 단지 가운데 일부는 당장 며칠 남지 않은 이달 중 1차 납부시점을 앞두고 있지만 은행 측과 협의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광주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태전2차 아파트는 은행과 협의를 마치지 못해 당초 오는 15일이던 1차 납부시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경기도 화성에 공급한 동탄신도시 더샵레이크에듀타운도 한달 후로 미뤘으며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강릉 송정한신더휴 역시 1차납부일을 미루는 쪽을 검토중이다. 내달 15일 중도금을 내야하는 서울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은 조합원 집단대출은행을 구하지 못해 2금융권과 계약을 맺은 가운데 일반분양물량 중도금대출은행 협의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팀 관계자는 "이달 중 최종 결정해 계약자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권이 신규 분양단지의 집단대출 영업에 적극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대출기피 현상은 180도 달라진 풍경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쏟아냈던 2015년이나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은행들이 각 분양단지에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했었다. 최근 들어선 중도금 납부시기에 임박해 대출처를 찾은 단지 가운데 일부는 이자를 4%대에서 결정하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에는 대출한도가 차서 여력이 없다는 은행이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어렵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면서 "지방 소규모 단지는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수도권 대형 사업장에 대해선 대출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여 분양계약자로부터 민원이 늘어나는 등 사업리스크가 커졌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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