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찰 신도들 중 가까운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의 점심 급식을 도울 봉사자를 모집했는데 그 중 한 분이 정년퇴직한 칠십대 노인이었다. 옆에 있던 같은 연세의 신도님이 "자기도 노인이면서 노인봉사를 하려고 한다"고 핀잔을 주었지만 나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인이라고 모두 돌봄의 대상은 아니다. 선거철마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들 의 시혜성 정책 때문에 노인들이 잘 대접받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도 있고 돌보는 일이 필요한 노인도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아직 일할 만한 나이에 정년퇴직을 한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 분들에게 더 중요한 문제는 경제적인 수입 감소와 일자리이다.
노인을 위한 일거리가 부족하지만 찾아보면 없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연금생활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능기부를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낄 수도 있고, 칠십 아들이 구십 노모를 업고 다녔듯이 노인도 노인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일거리를 찾아보면 그분들의 경험과 열정을 쏟을 일거리가 마땅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다보니 노인일수록 돈이 있어야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이 사회 전체에 팽배해있다. 하지만 앞으로 노인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랫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경제력을 감당할 노인도 줄어들 것이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마당에 노인의 실업문제를 거론하기가 마땅해 보이지 않지만, 노인들을 단순한 돌봄의 대상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귀중한 인적 자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노인들이 오랜 세월 축적한 경험과 일에 대한 숙련도는 단기간에 얻지 못할 자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구학적으로 보면 결국 적은 수의 청년인구가 많은 노인인구를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자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년기의 가난과 실업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또 생각해보면 오늘의 청년이 내일의 노인이 된다. 청년실업의 결과로 취업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짧은 기간의 취업 뒤에 곧바로 이어질 퇴직과 긴 노인실업은 머지않아 닥칠 우리의 미래다. 정책적인 변화와 함께 노인 스스로의 노력, 그리고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달라져야 할 때다.
명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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