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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범죄 도시'를 '장난감 도시'로 바꾸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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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소설가·前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이상문 소설가·前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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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대의 성인들은 물론 10~20대의 청소년들까지 정신장애에 의해 일으키는 잔혹한 사건ㆍ사고들이 날마다 발생하고 있다. 조현병, 조울증, 아스퍼거증후군, 다중인격장애, 사이코패스 따위의 병명들이 어느새 익숙해진 정도가 됐다. 거기다 병의 종류에 따른 특정된 나이대가 진작 없어져 버렸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아직껏 정부에서 제대로 된 대안ㆍ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무슨 대안ㆍ대책이 시행됐더라면 작은 효과라도 나타났을 텐데, 보고 들을 수가 없었다. 어찌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이와 함께 또렷이 나타난 사회 현상이 있다. 유명 장난감 제조회사들이 하나 둘 문을 닫아가고 있다. 거기에 언제부턴가 시중의 장난감 가게를 성인들이 들락거리는가 했더니 그새에 비중이 30%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생각하면 저출산 때문에 아이 숫자가 쉼 없이 줄고 있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 할 수 없어서 문제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잊어버리고 다른 곳에 관심을 갖더니, 그 재미에 점점 깊이 빠져들어 헤어날 줄을 모른다는 데에 큰 이유가 있다. 거기에 또 하나의 뚜렷한 현상이 있다. 이미 20~30대 청년들이 장난감 가게의 주 고객이 되었고 날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 특별하면서도 일반적인 현상을 정리하자면, '아이들은 금세 성인으로 웃자라 버렸고, 성인들은 더 자라지 않는 아이들로 남아 있다'는 이론이 된다. 마치 귄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 속의 나치 당원들과 오스카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하다면, 성급하다 혹은 억지스럽다 비난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징조들은, 소설의 시대배경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사람들의 정신세계 속에 생성된 그 돌연변이적인 현상을 보고 있음이다.

장난감을 잊어버린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국가부담의 의무 교육 과정인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면 면제 받는 '혜택'이 하나 있다. 일기 쓰기이다. 지혜로운 학부형들의 강력한 제의에 따라 만들어진 혜택이다. 선생님들에게 물으면 두려움 속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들이다. 학부형들이 힘을 가진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에 "일기 검사는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면서, 교육부에 권고한 사실을 배경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독서록 쓰기'니 '환경보호 일기'니 '과학 일기'니 하는 방법으로라도,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날마다 자신의 얘기를 쓰는 훈련도 안 돼 있는데, 책을 읽고 내용을 요약하고 느낌을 쓰라느니, 환경보호나 과학현상을 체험하고 내용과 판단을 쓰라는 지시 앞에서 아이들이 무슨 재주로 배겨내겠는가.

아이들은 제 손으로 무엇 하나라도 만들어 봐야 한다. 그것들을 갖고 실제로 놀아봐야 한다. 잘됐을 때와 어지간히 됐을 때, 안 됐을 때의 느낌을 마음에 담아봐야 한다. 아울러 그 경험을 글로 써봐야 한다. 그러면서 나를 뒤돌아보고 눈을 들어 앞날을 보는 지혜를 익혀나가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문장력과 표현력이고, 그 결과 길러지는 것이, 세상에 나를 나타낼 수 있는 힘이다. 맞닥뜨린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능력일 수도 있다. 이런 구체적인 사고와 행위에 의해서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그리하여 자신도 모르게 강해진 스스로의 인격을 지켜낼 수 있게 된다. 이를 감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확신한다. 어쩌면 이 방법이 '범죄 도시'를 '장난감 도시'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이상문 소설가·前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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