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제도는 소비자의 의약품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목적으로 2012년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주로 가벼운 병증이나 응급 시 환자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는 품목 중 성분, 부작용,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약국외 판매를 허용한 것이다.(약사법 제44조의2) 약국이 문을 열지 않는 심야시간이나 휴일에 소비자들의 의약품 사용에 대한 불편 완화가 제도 도입 취지.
1년 365일, 24시간 문 여는 편의점은 병원과 약국이 문 닫는 야간과 휴일에 구급상황 발생 시 안전상비의약품을 공급하는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의료시설이나 약국을 이용하기 어려운 도서 벽지 및 농어촌 지역의 경우 안전상비의약품은 병증 완화로 응급상황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 이동이 어려운'교통약자'들에게도 안전상비의약품 구매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5년 평균 전체 편의점 매출의 0.18%에 불과한 안전상비약 판매를 두고 '대기업의 탐욕'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2011년 정부의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제도 도입 추진 당시 약사회는"단 한알의 약도 약국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방침에 이번에도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이 수십 배 증가했다"며 소비자들을 호도하고 있다.
똑같은 안전상비약이라도 약사의 복약지도로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고, 편의점에서는 복약지도를 할 수 없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약사회의 논리다. 그러나 약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의견은 다르다. "타이레놀 500mg을 1일 8정 이하로 복용하면 간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타이레놀 500mg은 8정 단위로 포장돼 있다. 약학 전문가들의 의견대로라면 하루 8알을 다 먹어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약국에서는 10정 단위로 판매되고 있어 오남용의 우려가 더 크다. 더욱이 개인적인 경험으로 조제약은 복약지도가 이뤄지지만 안전상비약품은 복약 지도 없이 판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약사회 주장대로 국민건강을 위해 약사라는 전문직역의 양심과 사명감으로 품목 확대를 반대하는 것이라면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일부 안전상비의약품이 안전성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면 해당 약품은 당장 판매를 금지시키고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옳다. 안전상비의약품 확대를 바라는 소비자의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제 밥그릇 지키려는 '직역이기주의'라는 오명을 벗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부회장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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