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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법과 도덕 사이, 두 피자 브랜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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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균 광운대 경영대 교수

임영균 광운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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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사업은 가맹본부가 독립 사업자인 가맹점과 가맹계약에 의해 각자의 기능을 분담하고 상호 협력함으로써 경제적 지대를 공유하는 사업방식이다. 가맹본부에게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의무와 함께 모든 가맹점이 이를 따르도록 '상당한 수준의' 통제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 있다. 문제는 설령 주어진 권리라 하더라도 가맹본부가 이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가맹점의 반발이 따를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심각한 분쟁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16년 2월 호주연방법원은 호주내 190개 피자헛 가맹점이 가맹본부를 상대로 집단 제소한 사건에 대해 기각 판결을 했다. 당시 가맹점들은 2014년 7월1일부터 실행하기로 한 피자헛의 새로운 가격전략이 계약에 위배되며 부주의하고 부도덕한 행위라는 것이었다. 가치전략으로 알려진 이 전략은 피자헛이 판매하는 피자의 유형을 '클래식스' 피자와 '훼이보리츠' 피자 두 가지로 구분하고 클래식스 피자는 종전의 9.95달러에서 4.95달러로, 훼이보리츠 피자는 11.95달러에서 8.50달러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피자헛의 발표가 있자 경쟁사인 도미노는 선점효과를 얻기 위해 피자헛에 앞서 6월19일 피자 가격을 4.95달러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피자헛의 입장에서는 일부 가맹점이 반발하였지만 더 이상 늦출 여유가 없었으며 결국 이들과의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다. 18일간의 청문과 진술 끝에 법원이 피자헛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피자헛이 프로모션을 실시함에 있어 가맹점의 이익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할 명시적 혹은 묵시적 의무가 존재하지 않고 새로운 가격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부정하거나 악의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적도를 넘어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은 치즈통행세 갈취, 보복출점, 광고비 유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의 주장과 달리 재판부는 미스터피자가 탈퇴 가맹점으로 구성된 피자연합에 대해 피자소스, 치즈 공급중단 압력에 의해 사업방해를 했다거나, 직영점 출점 및 파격적 할인행사에 의해 보복행위를 했고 가맹점으로부터 수령한 광고비를 목적 외로 사용했다는 혐의 등에 대해 증거불충분 혹은 위법성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갑질 논란으로 미스터피자는 시장 1위의 자리를 도미노와 피자헛에 내주고 본부 매출과 가맹점 수가 감소하는 한편 영업적자가 누적되는 경영위기에 몰리고 있다.

피자헛과 미스터피자의 사례는 가맹본부의 행위가 위법적이지 않은 것으로 법원이 판단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분쟁의 원인이나 판결에 대한 대중의 반응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피자헛의 경우는 경쟁사의 도전으로부터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가맹본부가 취한 일련의 경영방침에 대한 가맹점의 반발이, 미스터피자의 경우는 CEO의 부도덕한 처신과 내부거래 구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주된 사유라고 할 수 있다. 피자헛의 경우는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이렇다 할 긍정적 혹은 부정적 반응이 없지만 미스터피자의 경우는 갑질 행위를 합법화하는 사법부의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이라고 비판하는 규탄대회가 열릴 정도로 부정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반인의 예상과 다른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그대로 유지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나름대로의 합리성에 근거하고 있는 법원의 판단을 폄훼하거나 합법적 통제를 갑질로 왜곡하고 도덕적 잣대로 여론몰이를 하는 태도는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정의는 법과 도덕, 현실과 이상, 절대악과 절대선 사이에 모호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임영균 광운대학교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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