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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중국에서 본 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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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고향~". 남북 이산가족 상봉 전날 베이징에 있는 북한식당 옥류관에서는 민족의 동질성을 강조하는 계몽기 가요 찔레꽃이 흘러나왔다. 이날 저녁 공연에서 북한 여종업원들이 찔레꽃을 부르며 춤을 추자 자리에 앉아있던 손님들은 들고 있던 두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식당은 만석이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후 중국 내 북한식당들은 중국인으로 사장을 변경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자국 내 북한 기업들에 대해 120일 내에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로인해 일부 북한 식당은 문을 닫고 북한 여종업원들은 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각종 편법을 동원해 영업을 하는 북한 식당이 많고, 휴업 했던 식당들도 영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문을 연 북한 식당은 손님이 없어 썰렁했지만 판문점 회담, 북미정상회담,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을 거치면서 북한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다시 늘고 있다. 북한 여종업원들의 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경직됐던 과거보다 한층 누그러졌다. 북한이 비핵화에 한걸음 다가갈수록 북한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중국에서는 그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성의와 노력을 보이고 있으니 이를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대북제재를 조금씩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국은 이번 남북 이산가족의 재회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중국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환영을 표현하며 이런 분위기가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이자 신뢰를 공고히 하는 일이라고 반색했다.

중국은 분위기를 탄 김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하고 있다. 북, 중 모두 시진핑 중국 주석의 북한 방문 계획을 공식 환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국 내에서는 북한의 정권 수립 기념일인 9.9절을 계기로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할 것이란 얘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중국의 한반도 이슈 개입 의사는 더욱 분명해진다. 중국이 남북한, 미국과 함께 한반도 4자 종전선언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축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문재인 대통령, 시 주석의 방북설까지 더해지며 최근 다시 한번 속도를 낼 태세다. 한반도 문제에 이해가 걸린 핵심 당사국의 최정상급 인사가 모두 평양을 찾아 한반도 비핵화를 가운데 놓고 치열한 외교 각축전을 벌이려 하고 있다. 이해관계의 충돌과 복잡한 4개국의 셈법으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지,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는 누구도 예측이 힘들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강도 높게 비판해온 북한은 이번 기회를 어떻게든 제재 해제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중국은 이를 돕기 위한 조율에 나설 것이다.

국제사회는 중국을 북한의 든든한 '뒷배’로 인식하고 있다. 시 주석의 방북이 북한의 전략 변화를 이끌 수 있으며 북한의 핵 포기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다만 시 주석의 방북이 북한과 더 긴밀하게 대화해야 하는 미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점은 중국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하나의 '카드'라 여기고 다른 셈법을 계산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시 주석은 북한에 핵 포기를 설득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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