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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밥 딜런,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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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5월 미국 오하이오주 켄트 주립대에 투입된 주방위군이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를 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모습.

1970년 5월 미국 오하이오주 켄트 주립대에 투입된 주방위군이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를 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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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을 강행하던 미국 행정부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지의 전장(戰場) 뿐 아니라 자국 내부에서도 일그러졌다. 리처드 닉슨은 군사개입 중단을 내세워 대통령이 되고는 캄보디아 사태가 악화한다는 구실로 1970년 4월 징병 연장안을 발표했다.
대학생들이 들고일어나자 닉슨은 대(對)국민 방송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무정부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훌륭한 대학들이 (반전시위 탓에) 조직적으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내부갈등을 동력 삼아 여론을 가르고 반전운동을 고립시키려는 분열의 프로파간다였다.

그 해 5월 오하이오주 켄트(Kent)에 있는 켄트 주립대 학생 2000여명도 캠퍼스에 집결했다. 오하이오주는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시위대가 ROTC 건물에 불을 지른 사건이 발단이었다. 제임스 로즈 주지사는 시위대를 나치의 돌격대에 비유했다. 당시를 기록한 영상에는 학생이 이렇게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왜 총을 갖고 있죠? 이해가 안 됩니다!"

시위대가 해산 명령에 불응하자 주방위군은 총을 쏴서 남학생 2명, 여학생 2명을 죽였다. 400만이 넘는 학생이 이튿날 전국에서 궐기했다. 주정부들은 448개 대학을 폐쇄했고 16개 주가 주방위군을 동원했다. 미시시피주의 잭슨 주립대학에서 주방위군이 기숙사에 총을 쏴 학생 2명이 더 죽었다. 이후로 미국 내 반전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다녀야 영원히 금지될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네"(Blowin' in the wind) "엄마, 땅 위에 내 총을 내려놓았어요…난 지금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같아요"(Knockin' On Heaven's Door)

밥 딜런의 노랫말은 그 시절 반전운동과 평화의 상징으로 사람들을 어루만졌다. 김민기의 '상록수'나 '아침이슬'처럼 굳이 설명을 안 해도 교감할 수 있는 정서가 흐른다. '얼마나 많은' 미국 학생이 밥 딜런의 목소리에 의지하고 거기에서 위로받았을까.

밥 딜런은 자기가 저항가수로 불리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지만 저항정신을 빼고 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러시아 유태계의 후손인 그는 웨일즈 시인 딜런 토마스에게서 영감을 받아 '로버트 앨런 지머맨'이란 유태인식 이름을 밥 딜런으로 바꿨다. "나이 든 이여, 저물어가는 빛에 소리치고 저항하세요.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딜런 토마스/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요)

베트남전쟁은 한국전쟁을 닮았다. 남북으로 갈라져서 싸웠고 중간에 비무장지대가 생겼으며 미국이 공산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남베트남에 합세했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30만 병력을 파병했다. 국군의 첫 해외 파병이었다.

밥 딜런에게는 오는 27일 서울 공연이 각별하지 않을까. 베트남처럼 이념 다툼과 열강의 개입으로 깊은 상처가 나버린 땅에 평화의 훈풍이 조심스럽게 불고 있어서다. 그 날은 한국전쟁 정전협정(1953년 7월27일) 65주년이다. 미국은 베트남같이 번영하라고 북한을 부추기는 중이다.

밥 딜런.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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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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