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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동굴의 기적'만든 현장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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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며칠 내 쨍쨍하던 하늘에서 구멍이 난 듯, 무서울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태국 축구단 소년들의 실종보도를 현지에서 처음 접한 다음 날 이야기다. 푸껫에서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가 폭우로 활주로에 내리지도 못한 탓에 5~6시간을 게이트 앞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우기(雨期)의 공포. '살아만 있어달라'고 간절히 비는 가족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아마도 어렵겠거니…'하는 씁쓸함을 느꼈다.

소년들의 전원 생존 뉴스를 들은 건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인 지난 2일이다. 울컥하는 반가움과 함께 미안함을 느꼈다.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은 소년들의 의연함과 믿음, 그리고 코치의 헌신적인 리더십까지. 동굴 소년들의 생존기는 한 편의 잘 써진 드라마 같다. 그만큼 감동적이고, 또 기적적이다. 4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던 '멧돼지를 집으로' 구조작전 역시 불과 며칠만에 완수됐다. 수천킬로미터를 마다않고 달려온 각국 전문가들과 구조대의 헌신적 노력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기적을 만든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확실한 구조 컨트롤타워다. 이번 동굴의 기적에서도 이 같은 현장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태국 정부는 구조작업 중인 6월 말 현장책임자인 치앙라이 주지사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났음에도 계속 현장지휘를 맡겼다. 컨트롤타워는 각국 전문가들의 도움을 먼저 요청하고 이들의 지적에 귀 기울였다. 당초 계획했던 구조순서를 호주출신 의사의 조언에 따라 전면적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 예다. 혼선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년들의 구조순서, 신상정보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현장책임자가 아닌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거나 이번 사고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만약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여야할것 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상황을 보고하라, 진상규명하라, 당장 사퇴하라 외쳤을지 모르겠다. 제천화재사고가 그랬고, 밀양참사가 그랬다. 이는 분명 구조 컨트롤타워, 현장 전문가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임을 정치인들은 직시하길 바란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윗 논란은 당초 의도가 어떠했든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앞서 특수제작한 구조용 소형잠수함을 지원하겠다고 현장을 찾았던 머스크는 15일 구조작업에 동참했던 한 영국인 동굴탐험가를 pedo(소아성애자)라고 언급한 트윗을 올렸다가, 논란이 확대되자 삭제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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