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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실패 과장하는 뇌 뛰어넘으려면 철저한 준비를

최종수정 2018.07.04 11:50 기사입력 2018.07.04 11:50

[여성칼럼] 실패 과장하는 뇌 뛰어넘으려면 철저한 준비를

한 해병대 장교 출신이 저를 찾아와 세계일주를 가고 싶다며 제 앞에서 사연을 주절주절 풀어놓은 적이 있어요.한참을 듣다 못한 저는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가고 싶으면 가세요."
"그런데 제가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장교 특별 채용을 하는데 제대한 지 1년 내에만 지원 가능해요."
"그 회사로부터 잡 오퍼를 받았나요?"
"아니오, 아직 서류 지원도 안 했는데요."
"그럼 잃을 게 없잖아요! 도대체 세계일주를 못 갈 이유가 뭐죠?"
"그게… 그 특별 채용은 일반 채용보다 경쟁률이 훨씬 낮은데, 세계일주를 갔다 오면 그 기회를 놓치잖아요."
"특별 채용으로 지원해도 붙을지 안 붙을지는 모르잖아요."
"…."

아직 취업 원서 한번 넣어본 적 없는 그는 마치 그 회사가 아니면, 또 그 특별 채용 제도가 아니면 취직을 못 할까 두려웠던 거지요. 하지만 세계일주를 다니다 보면 본인만의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고, 현지에서 취업을 할 수도 있고, 훨씬 좋은 회사와 인연을 맺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 회사에 당당히 붙은 후 스케줄이 허락하는 대로 3개월이라도 외국 여행을 갔다 오면 될 일을 왜 걱정만 하고 있는 걸까요? 참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특이한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미혼 여성은 제게 "결혼 후 남편이 제 꿈을 응원해주지 않으면 어떡하죠?"라고 묻지요. 결혼 예정이냐고 물어보면 남자 친구도 없다고 해요. 아니, 언제 결혼할지도 모르면서 그런 걱정을 왜 할까요? 내 꿈을 응원해줄 사람과 결혼하면 되지 않나요?

대니얼 길버트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라는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미래의 고난으로 경험할 고통의 강도와 지속 기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안 좋은 일을 겪더라도 대부분 잘 버텨내는데도 실패했을 때의 심리적 고통을 과대평가해 시도조차 안 한다고 하지요.

사람들은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예측하는 능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괜한 걱정과 고민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기회를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지요.
맷 데이먼이 출연한 영화 '본 얼티메이텀'에는 "내 첫 번째 원칙은 최선의 상황을 바라되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는 것이지"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이처럼 하고자 하는 일에 관해 최악과 최선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세요. 최악의 상황을 모두 적어보고 이를 상쇄할 방안을 마련해보는 거죠.

제가 전 세계 사람들의 꿈을 인터뷰하는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멀쩡한 회사를 나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돌아다니다가 이도저도 안 되면 어떡하나, 만약의 경우 회사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돌아가도 적응은 잘할 수 있을까, 회사에 못 돌아가고 빈털터리 노숙자가 되는 건 아닐까?

막연한 두려움을 접고 객관적으로 적어본 최악의 시나리오는 고군분투하다가 돈만 까먹고 실업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간 세계를 여행하면서 365명의 꿈을 인터뷰하는 경험은 나를 분명히 성장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주리라 생각하니 최악도 아니었지요. 또 이제까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온 제가 설마 굶어 죽으랴 하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래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여행비에 추가로 6개월 구직 기간의 생활비까지 계산해봤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돈이 떨어질 경우 돈을 빌릴 곳까지 알아보고, 혹시 모를 사고 등에 대비해 여행자보험을 들었습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회사도 퇴직하는 대신 18개월의 휴직계를 냈고요. 적어도 노숙자가 될 일은 없겠다는 결론이 났고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는 성공으로 끝났습니다.

진짜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무방비 상태에서 일어납니다. 전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더욱 당황하고 분노하고 좌절하게 되는 거죠. 하고자 하는 일이 두렵고 불안할수록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세요. 그러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훨씬 대처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쉬워집니다.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짜도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면 당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만일 1년 후에 죽는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당신의 심장이 정답을 알려줄 것입니다.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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